[사설] 국정원·검찰 탈선과 ‘사퇴’ 공세

[사설] 국정원·검찰 탈선과 ‘사퇴’ 공세

입력 2001-11-22 00:00
수정 2001-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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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신건(辛建)국정원장과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에게 이달 말까지 사퇴를 요구하고 나와 여야 대치국면이 심화되고 있다.양당은 통고 시한까지 두 사람이 사퇴하지 않거나 해임되지 않을 경우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등을탄핵 대상에 포함시키는 ‘탄핵 대상 공무원 법’을 제정해서라도 두 사람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탄핵 대상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을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법이론으로만 보면 법률을 제정해서탄핵소추를 제기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는 탄핵 요건은 접어두고 말이다.그러나 순수 법이론으로 그렇다는 뜻이지 국민들은 과반수 의석을 훌쩍 넘어선 두 야당의 ‘밀어붙이기’에 공포감마저 느낀다.“영국 의회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 말고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 한다.국민의 이익을국정의 중심에 놓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는영국 의회의 관행을 상찬(賞讚)할 때 쓰는 말이다.다수의 힘을 믿고 못할 것이없게 된 우리 국회의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어찌할 것인가.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이같은 ‘밀어붙이기’에 대해 “국정원장과 검찰총장을 시한까지 정해 놓고 물러나라고 강박하는 것은 정략적 공세이자 횡포”라고 반발한다.특히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내년에 있을 양대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과 검찰의 숨을 죽여 놓겠다는 계산이라느니,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압박해서 ‘엄정 중립’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라느니 갖가지 분석이 따르고 있다.한나라당의 정치적의도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권력기관인 국정원과 검찰이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됐다는의혹 앞에 국민들은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따라서 신 원장과 신 총장이 국정원과 검찰이 거듭나겠다는 결의를 다짐하는 뜻에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는 있는 일이다.그러나 야당이 시한까지 정해 놓고 사퇴를 강박하는 것은‘다수의 횡포’라고 국민들은 판단한다.국정원은 국가안보에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으며 검찰은 국가의 형벌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야당이 국가 공권력을상징하는 기관의책임자를 마음대로 몰아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국가 공권력이 흔들리게 마련이고 공권력의 무력화는 국가 기강의 파괴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무정부 상태를 불러 올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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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이 뽑은 정부가 엄존하는 마당에 그런 상황을방치할 턱이 없다.그럼에도 야당이 무리한 정치 공세를 계속하면 ‘상생의 정치’는 실종되고 정부·여당과 야당간에 정쟁만 과열돼 결과적으로 국력의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다.집권을 노리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한나라당은 더이상 공권력을 흔들지 말기 바란다.

2001-11-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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