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볏단과 복권

[씨줄날줄] 볏단과 복권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2001-10-19 00:00
수정 2001-10-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옛날 어느 마을에 우애가 좋은 형제가 살고 있었어요.형과동생은 열심히 농사를 지었지요. 그래서 어느 가을에도 여전히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답니다.그런데 형제의 낟가리는 똑같았습니다.

형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동생을 지금보다 더 잘살게 해 주셨을 텐데….”동생도 형생각을 했어요.“형님 댁은 식구도 많고 부모님 제사도 모셔야 하고 쓸 데가 많을 테니까 나보다 살림이 많아야 할거야.” 형과 동생은 이렇게 생각한 뒤 각각 한밤에 논으로 달려갔어요.서로 자기의 볏단을 상대의 낟가리에 열심히 옮겼지요.다음날 상대의 낟가리가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똑같아서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그날 밤 형과 동생은 다시 논으로 갔습니다. 형과 동생은자기의 볏단을 상대의 낟가리에 옮기려고 했어요.형이 볏단을 들고 동생의 낟가리로 갈 때였습니다.앞쪽에서 소리가나자 형은 멈췄어요.맞은 편에서 오던 동생도 놀라서 멈췄지요.형과 동생은 낟가리가 변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부둥켜 안고 울었답니다.

30여년전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의좋은형제’라는 전래 동화다.요즘 어린이들도 동화책이나 테이프를 통해 이런 얘기를 듣고 자란다.나이 든 세대나 젊은세대나 ‘의좋은 형제’ 얘기를 대부분 알지만 실제로 이처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각박한 세상에 현대판 ‘의좋은 형제’가 나왔다.최근 제2회 플러스 플러스 복권 1,2등에 당첨된 김모씨 형제의 얘기다.동생이 추석선물로 형에게서 받은 복권은 1등(10억원)과 2등(8억원)에 당첨됐다.세금을 뺀 실제 수령액만 14억원이 넘는다.

동생은 은행에 가서 대출금을 갚기 위해 필요한 1억원만갖고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형의 통장에 입금시켰다.형도“어렵게 살아온 세 동생들에게도 골고루 나눠줄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그 형에 그 동생이다.국어시간에 자주듣던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이 ‘이런 착한 마음이 있으니 거액의 복권에 당첨됐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돈(물질)이면 최고라는 그릇된 생각에서인지 부모,형제도몰라보는 게 요즘의 삭막한 세상이다.형제간 우애를 다시금생각하면서 최근 만나지 못한 형, 동생에게 따뜻한 전화를하는 게 어떨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
2001-10-19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