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상봉 보류 배경

北 이산상봉 보류 배경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2001-10-13 00:00
수정 200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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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갑작스레 이산가족 상봉을 보류한 배경에 관심이쏠리고 있다.북한은 1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따른 남측의 경비태세 강화를 이유로 내세웠다.그러나 남측의 경비태세는 지난달 11일 미국의 테러참사가 발생하면서 강화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특히 북측도 “미국의 참사가 남북관계에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며 9월15일 5차 장관급회담에 응하는 등 남북대화에 적극 임해왔다.때문에 북측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는 다른 이유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아프간 공습 이후 국제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남북관계의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정부 당국자도“미국의 테러전쟁은 러시아와 일본 등 동북아의 역학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당분간 국제정세를 관망하면서 대외전략을 새로 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강성학(姜聲鶴) 고려대 교수도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를 지켜보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반면 북측이 조평통 담화에서 밝힌 대로 자신들을 의식한남측의 안보태세 강화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자신들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는 2차 경협추진위나금강산 당국간 회담 등에 대해 장소만 바꿔 예정대로 갖겠다고 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촉박한 상봉 준비일정에 따른 시간벌기용이라는 시각도 있다.한 북한 전문가는 “방북단을 맞을 재북 이산가족을 교육시킬 시간이 부족해 갑작스레 보류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시각들을 종합할 때 북측의 갑작스러운 이산가족상봉 보류조치는 ▲국제정세의 변화 가능성 ▲촉박한 상봉일정에 대한 부담 ▲대남관계 주도권 확보 등을 감안한 다목적용 호흡 조절로 풀이된다.

진경호기자 jade@.

■남북관계 당분간 먹구름.

12일 북한의 제4차 이산가족 상봉 연기선언으로 순항하던남북관계에 암운이 드리워졌다.정부는 대북 쌀지원 방침의전면 재검토까지 시사하며 강력히 대응하고 나섰다.

통일부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북한의 의도를 계산하느라 분주했다.아울러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 이름으로 대북 전화통지문을 보내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며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간 합의사항의 순조로운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정부는 전화통지문에서 “중요한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된다면 남북장관급회담과 경협추진위 등이 개최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이산가족 상봉이 향후 회담 등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여기에는 쌀지원 문제도 포함돼 있다.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식량지원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북한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계획된 식량지원 방침을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최악의 경우 지난 3월 부시 미행정부 출범 이후반년간 지속됐던 경색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의 고리를 풀지 않는 한 우리 정부도 별다른 대안이없다”고 말했다.정부는 다만 북측이 남북 당국간 회담 일정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은 점을감안,이날 보낸 대북 통지문에 대한 북측의 반응을 살펴가며 대응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당분간 이산가족 상봉을 둘러싼 남북 당국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진경호기자 jade@
2001-10-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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