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작가의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지만 예외도 있다.이는 작가가 독자나 평론가를 좋은 의미에서 기가막히게 속인 경우다.
최근 첫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민음사)을 낸 윤성희(28)도 그런 솜씨 좋은 작가다.10편의 단편이 담긴 소설집을읽다보면 작가가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 속에 성장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평론가 방민호씨가 작가를 만난 다음 “내판단이 틀린 것 같다”고 고백할 정도로 윤성희는 그저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라났다.
그만큼 윤성희의 작품 형상화가 깜쪽같다는 말이다.소설가박범신의 말대로“한땀 한 땀 길어올리는 솜씨가 뛰어난 신인”이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싣는 주인공들은 붙박이 직장을 갖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이다.‘당신의 수첩에 적혀있는 기념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전화로 기념일을 알려주고,‘악수’주인공은 방송 경품을 팔아 돈을 벌며,‘모자’의 주인공은 스턴트맨 역할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 간다.
“드라마 등에서 보여주는 세계가 너무 허구라는 생각이들었어요.저는 그런 글을 쓸재주가 없어요.너무 과장이 심하고 심지어 거짓부렁에 가까운 묘사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고집이 생기더라구요”.
하지만 윤성희의 소설은 삶의 바닥 끝까지는 내려가지 않는다.
“갈 데까지 가려고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이르면 내 분신(주인공)이 너무 안쓰러워요.해서 이쯤하자고 멈추곤 합니다”.
나이에 비해 작품이 너무 어둡다고 말하자 “비관적이지는않지만 태생적으로 쓸쓸한 정조가 있다”면서 “삶이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잖아요”라고 덧붙인다.이런 시선은 “그는 자기 안의 쓸쓸함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라고 작중인물을 그릴 때나 “나도 세상에 너처럼 혼자란다”라는 독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서만 그가 독특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그가 문단의 눈길을 끄는 것은 섬세한 현실묘사다.관념이 난무하는 신세대작가들 속에서 그가 돋을 무늬를새기는 부문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돋보기를 들여대고 보는 듯한 미세한 문체에 있다.또 섬뜩할 정도로 냉정한 ‘거리두기’도 특징이다. 현실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드러낼 뿐 ‘주장’은 담지 않는다.
그 결과 등장인물 사이의 접촉이나 만남이 없어 밋밋하지않냐고 물으니“전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원래 느리기도하구요.이제부터 육체성(그는 접촉이나 만남을 이렇게 표현한다)을 찾으러 나서야지요”라고 대답한다.
만남이 끝나고 첫 출산(?)한 소감을 물었더니 겸손하지만소설 속 정서와는 달리 활기찬 대답이 나왔다.
“운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계속문단에서 제 작품에 주목해주는 것 같아요. 덜컥 첫 소설집을 내놓고 나니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청주대 철학과를 마치고 창작에 대한 갈증으로 서울예술대문예창작과에서 다시 공부한 뒤 사보편집 등 직장생활을 1년쯤 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최근 첫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민음사)을 낸 윤성희(28)도 그런 솜씨 좋은 작가다.10편의 단편이 담긴 소설집을읽다보면 작가가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 속에 성장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평론가 방민호씨가 작가를 만난 다음 “내판단이 틀린 것 같다”고 고백할 정도로 윤성희는 그저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라났다.
그만큼 윤성희의 작품 형상화가 깜쪽같다는 말이다.소설가박범신의 말대로“한땀 한 땀 길어올리는 솜씨가 뛰어난 신인”이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싣는 주인공들은 붙박이 직장을 갖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이다.‘당신의 수첩에 적혀있는 기념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전화로 기념일을 알려주고,‘악수’주인공은 방송 경품을 팔아 돈을 벌며,‘모자’의 주인공은 스턴트맨 역할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 간다.
“드라마 등에서 보여주는 세계가 너무 허구라는 생각이들었어요.저는 그런 글을 쓸재주가 없어요.너무 과장이 심하고 심지어 거짓부렁에 가까운 묘사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고집이 생기더라구요”.
하지만 윤성희의 소설은 삶의 바닥 끝까지는 내려가지 않는다.
“갈 데까지 가려고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이르면 내 분신(주인공)이 너무 안쓰러워요.해서 이쯤하자고 멈추곤 합니다”.
나이에 비해 작품이 너무 어둡다고 말하자 “비관적이지는않지만 태생적으로 쓸쓸한 정조가 있다”면서 “삶이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잖아요”라고 덧붙인다.이런 시선은 “그는 자기 안의 쓸쓸함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라고 작중인물을 그릴 때나 “나도 세상에 너처럼 혼자란다”라는 독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서만 그가 독특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그가 문단의 눈길을 끄는 것은 섬세한 현실묘사다.관념이 난무하는 신세대작가들 속에서 그가 돋을 무늬를새기는 부문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돋보기를 들여대고 보는 듯한 미세한 문체에 있다.또 섬뜩할 정도로 냉정한 ‘거리두기’도 특징이다. 현실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드러낼 뿐 ‘주장’은 담지 않는다.
그 결과 등장인물 사이의 접촉이나 만남이 없어 밋밋하지않냐고 물으니“전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원래 느리기도하구요.이제부터 육체성(그는 접촉이나 만남을 이렇게 표현한다)을 찾으러 나서야지요”라고 대답한다.
만남이 끝나고 첫 출산(?)한 소감을 물었더니 겸손하지만소설 속 정서와는 달리 활기찬 대답이 나왔다.
“운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계속문단에서 제 작품에 주목해주는 것 같아요. 덜컥 첫 소설집을 내놓고 나니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청주대 철학과를 마치고 창작에 대한 갈증으로 서울예술대문예창작과에서 다시 공부한 뒤 사보편집 등 직장생활을 1년쯤 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1-10-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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