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사제서품 50주년 김수환 추기경

15일 사제서품 50주년 김수환 추기경

입력 2001-09-13 00:00
수정 2001-09-1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평생을 사랑과 실천으로 일관하며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김수환 추기경이 오는 15일 사제서품 50주년을 맞는다.천주교는 하루 앞서 1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김 추기경의 사제서품 50주년겸 팔순 축하 미사를 봉헌한다.사제서품 50주년을 앞두고 12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교리신학원 강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추기경은 미국테러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김 추기경은 그 어느때보다도 강한 톤으로 생명존중과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어제밤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참사에 대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다.무고한 생명들이 너무 많이 희생됐다.이 시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심했다.뉴욕, 워싱턴의 가까운 사제들에게 전문을 보내 조의를표할 생각이다.미국이 강하게 대처할 것이다.전쟁같은,더큰 불행으로 발전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과 개인적인 계획은. 우리나라가 잘됐으면 하는 것이다.각 당 대변인들을 만났을때 제발국민을 자극하는 말들을 하지말 것을 당부한 적이 있다.힘을 합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자주 만나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나이 팔십이 되니 70대와는 또 다른것 같다.잘 죽기 위한 준비를 차분히 해나가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일까.

◆사제의 길을 걸으며 힘들었던 점은,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나. 힘든 일은 많았지만 특별히 지적해 말하기 어렵다.아무래도 70·80년 군사정권 시절 우리사회가 인권·사회적인문제로 고통받을 때 대화를 통한 평화로운 해결 과정에서겪었던 어려움이 아닌가 생각한다.그때마다 하느님께 의지해 기도하면서 이겨냈다.

◆평생을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는. 나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웃음).물론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살겠다는 열정이 강하게 일 때가 있었다.하지만 결국 그런 사람들과 같이 먹고 자는 일까지는 하지 못했다.

◆50년전 사제의 길을 택할때 가졌던 초심(初心)을 얼마나이루었는가 .모든 사제들이 처음엔 그리스도처럼 착한 목자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살다보면 편안함을 찾게되고 희생의 발심도 약해지는 것 같다.50년동안 하느님 뜻에충실한 삶을 살겠다는 말만 한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대부분의 사제들이 자신의 삶의 좌표를 다짐하는 뜻에서 표어를 택한다.나의 경우 구약성경 시편에 들어있는 ‘주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를 정했다.50년전 표어를 택할 때나 지금이나 심경은 똑같다.

◆가장 보람있는 일과 후회할 일은. 평신부 시절 신자들과직접 대하고 그때 맺은 인정이 지금까지 계속된다는 점이가장 흐뭇하다.가톨릭신문 사장을 2년여동안 하면서 밥먹는 시간조차 아깝게 여겨질 정도로 일에 푹 빠졌던 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일 수 있을 것이다.보람보다는 후회할 일이 더많다.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겠다는 뜻을 못이룬게 가장후회스럽다.형님은 그 길을 가셨다.

◆국내에서는 언론개혁을 둘러싼 논란과 8·15방북후 국론분열이 심각한데. 우리에겐 다양한 ‘한국병’이 산적해있다.언론도 개혁할 부분이 있지만 개혁의 방법이 좋은 결과를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해선 그렇지 못한 느낌이다.언론개혁을 하되 위정자가 언론인을 만나 진지하게 대화,호소하면지금보다는 나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내의 제반 상황이 어려운데 국민들에 대한 당부의 말씀은. 힘을 모으는 게 아니고 자꾸만 대립과 다툼으로 치닫는게 안타깝다.1세기전 나라를 잃었을 때의 상황이 재현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분열상이 심각하다.나라를 잘 이끌어갈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진지하게 만나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 양보할 때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여야 지도자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한다.

◆평생 실천한 생명문화에 대해 말씀해달라. 우리도 모르는새 빠지는,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우리사회가 혼탁해진 것도 따지고 보면 생명을 존중할줄 모르기 때문이다.우리에게 제일 소중하고 끝까지 지켜야할 가치관은 인간존중이다.인간의 존엄성은 헌법에도 명시됐듯이국가권력으로도 침해할 수 없는 불가침 조항이다.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면서도 왜 존엄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그것은 하느님이 인간을 존엄하게 보셨기 때문이다.인간의 존엄과 소중함,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언론이 선도해나가도록 호소한다.인간을 사랑하고 아낄때 정치도 잘되고 경제도 잘 될 것이다.그것을 위한다면 여러분(기자들) 앞에서 큰절이라도 하겠다.

김성호기자 kimus@
2001-09-13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