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法治의 모순

2001 길섶에서/ 法治의 모순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2001-09-04 00:00
수정 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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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앙은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때 재상을 지내며 연좌법을 실시하는 등 가혹한 형벌정책을 폈던 인물이다. 그의형벌정책이 얼마나 잔혹했던지,어쩌다가 도망친 죄인이 주막에 들러 하룻밤을 묵기만 해도 그 주막 주인을 수레에 매달아 죽이는 형벌로 다스릴 정도였다.그런데 말년에 상앙이역적의 누명을 쓰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어느 주막에 숨어 지내게 되었다.그러나 그가 만들어 놓은 엄한 벌칙 때문에 여관 주인은 그를 끝내 관가에 고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상앙은 “내가 만든법 때문에 내가 죽는구나”라며 깊이 탄식했다.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법치(法治)를 이상적인 정치행태로 여기는 것은 오늘날도마찬가지다.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그런데 엄정한법을 제정해 다스리는 법치국가에서 강간과 살인,폭행과 같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그래서 ‘법과 제도로 다스리면 사람들이 형벌을 면하는 데만 관심을가질 뿐 수치심을 모른다’는 말은 분명히 맞는 것같다.

박건승 논설위원

2001-09-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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