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인터넷과 ‘중용의 길’

[대한광장] 인터넷과 ‘중용의 길’

홍윤선 기자 기자
입력 2001-08-30 00:00
수정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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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떤 상품을 만들거나 기술을 개발할 때는 그 예상되는 쓰임새를 신중하게 고려한 뒤에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그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잉태되어 시장에 선보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사용여부를 생각한 뒤소비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사회 최고의 문명 이기이자 변화의 진원지인 인터넷에 대해선 과연 정부나 기업이나 소비자가 그 쓰임새에대해 본질적인 생각을 가지고 참여했는가에 대해선 고민이필요하다.

우리의 인터넷 현실을 한번 짚어보자.초고속 통신망 이용자는 400만명에 육박하고 인터넷 인구는 2,500만명을 넘어섰다.가구수로 따진다면 거의 전 인구가 인터넷 사용 영역권에들어왔다는 사실을 나타내 주는 통계수치다.양적지표로 따진다면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번에 그 내면을 조금 더 살펴보자.인터넷 인구의 60%가진입 이용자층이다.즉,초보적인 이용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또한 최근 인터넷 신규 이용자중의 60% 이상은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다.인터넷에서 가장 활성화된 분야를 보면 기본서비스에해당하는 메일이나 홈페이지 서비스를제외하고는 흥미일색이다.청소년 이용층의 대다수가 채팅과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급성장한 분야는 인터넷 성인분야다.정보화 신드롬은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없이 인터넷을 무조건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형성했다.그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학부모층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청소년층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또한 그로 인해 성년층의 초보 인터넷 이용 추세마저 오히려 10대들의 이용행태를 따라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사회 경제활동인구의 주체는 30∼50대다.그러나 인터넷에선 30,40대가 충분한 활용의 모범과 기준문화를 형성하지못한 상태에서 10대 이용자층이 급증했다.이제 인터넷에선 10대의 활동력이 가장 강하다.사이버 공간의 문화와 가치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은 주변의 친구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간순간에 반응하며 움직인다.이들의 움직임이 오히려인터넷에선 주류 문화가 되고 있다.

흥미위주의 콘텐츠나 서비스가 나쁜 것은 아니다.이것도 분명히 필요하고 사업으로서의 잠재가치도 크다고 생각한다.문제는 균형이다.인터넷은 생산적 역할과 소비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아주 뛰어난 매체이다.그러나 우리의 인터넷 사용은 지나칠 정도로 소비지향적이다.단순한 경제적소비만이 아닌,모든 형태의 소비를 포함한다는 뜻이다.

생산적 대상에 속하는 쪽은 사정이 다르다.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자의 정보화 수준은 지나칠 정도로 일반소비자와격차가 크다.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사업적인 활동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접적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촉진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경제적인 지원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다는 뜻이다.

정부차원에서,사회적 차원에서 균형회복을 위한 움직임이필요하다.인터넷을 생산적 역할에도 충분히 올려놓고 그러한 역할이 충분히 수행되도록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그래야 부수적 효과(Side Effect)가 본질처럼 보이는 지금의 현상도 균형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소년층과 민감한 관계에 있는 학부모나 선생님들도이러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인터넷을 알아야 한다는 단순명제에서 벗어나 왜 사용해야 하고,어떻게 사용하는 게 선용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자녀의 인터넷 활동을 위해 초고속 통신망을 설치해준 가정주부가 채팅을 통해 외도에 빠지는 일이 왜 나타나는가 말이다.

며칠전 사이버 문화와 관련한 간담회에서 “철학이 없는 기술이 가장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매우 공감하는 바다.현대문명의 총아인 인터넷은 우리의 태도에 따라서 ‘철학이 있는 기술’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불균형의 문제는 지금이 변곡점이길 바란다.

▲홍윤선 네띠앙 대표
2001-08-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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