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산다] 개념미술가 케이트 허스

[한국에 산다] 개념미술가 케이트 허스

김균미 기자 기자
입력 2001-07-09 00:00
수정 2001-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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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래 있을수록 내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생각이듭니다” 케이트 허스(25)는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20만 해외입양아중 한명.다소 낯선 개념미술가(일종의 행위예술가)로 미국·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화두는 늘 ‘정체성(Identity)’이다.

풀브라이트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지난해 6월 한국에온 그는 1년간 한국 말과 전통음악,전통무용 등을 배우는데 집중했다.한국의 전통 춤사위와 음악을 서구 행위예술과 접목시켜 동·서양을 잇는 가교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을지로 지하철역에서 열린 ‘지하철예술제’에도참가했던 그는 분당의 계원예술고등학교에서 행위예술을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97년 여름 국립국악원에서 외국인과 해외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여름연수 때이 한국에 처음 온 뒤 매년 2∼3차례씩한국에 왔다.4년 전보다 외국인이나 해외입양아를 대하는한국인들의 태도가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를 종종 당혹스럽게 만든다.

“99년 통역하는 친구와 택시를 탔을 때이에요.한국말을못해 영어로 얘기하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대뜸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욕을 하는 거예요.얼마나 놀랐는지…”.한국사람 같은데 일부러 영어를 쓴다고 오해,감정이 상했을 수있지만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느 해외입양아처럼 그는 한국에 대해 ‘애증’의 감정을 갖고 있다.낳아준 부모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에서 자신이 태어난 서울 동대문 부근 D병원을 찾았을 때 당한 문전박대는 아직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다.

97년 일부 언론에 자신의 얘기가 소개되면서 생부모라거나 도와주겠다며 연락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그는 그러나 “해외입양아하면 무조건 불쌍하다며 도와줘야겠다는생각은 잘못”이라며 “입양아들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일단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9월 블레이크모어장학생으로 다시 서울에 와 1년간 머문다.최근에야 진짜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한국과의 관계를 연장하고 싶어서이다.

이번에 미국에 가면 법적으로 성(姓)을 바꿀 계획이다.독일계 양부모 성인 허샤이저는 25년간써왔지만 여전히 낯설고 입양기관에서 붙여준 박금영이라는 한국 이름도 싫다.그녀는 양부모 성의 일부는 유지하면서 여성운동가의 면모가 느껴지는 허스(Hers)로 결정했다.양부모의 허락도 받았다.

김균미기자 kmkim@
2001-07-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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