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자율 강조하는 몬테소리 교육

책임과 자율 강조하는 몬테소리 교육

이순녀 기자 기자
입력 2001-06-11 00:00
수정 200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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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 이순녀특파원] 지난달 말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에 위치한 클락몬테소리 중·고등학교의 수학 수업시간.우리나라 중1·2학년에 해당하는 7·8학년 학생 30여명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학생들은 삼삼오오원형 탁자에 둘러앉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문제풀이에 열중이었다.교사 2명은 교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학생들의질문에만 답할 뿐 강의하지는 않았다.아킴 톰슨군(13)은 “수업시간에 공부할 내용은 각자가 정한다.선생님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말했다.

일반 학교와 달리 2∼3학년을 한 반으로 묶는 다연령학급편성과 자율적인 수업방식은 이 학교뿐 아니라 몬테소리교육을 적용하고 있는 모든 학교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웃한 노스아본달 몬테소리 초등학교 역시 1∼3학년과 4∼6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친다.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교과를 스스로 선택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교사들은매월 교육계획을 꼼꼼히 짜지만 학생들에게 교과과정을 강요하거나 주입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대신 주변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도록 세심히 보살핀다.이 학교 미차 콘스탄티니 교장은 “외견상 혼란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책임과 자율을 강조하는 몬테소리교육 철학의 효과는 높다”고 말했다.

클락 몬테소리와 노스아본달 몬테소리는 신시내티시의 공립학교다.몬테소리는 이탈리아의 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여사의 독특한 교육법을 적용한 일종의 대안학교 프로그램이다.1900년대초 빈민가에서 시작된 이 교육방식은 세계 각지로 전파되면서 중·상류층 대상의 사립학교 위주로 확산됐다.

신시내티 시교육위원회가 몬테소리교육을 공립학교에 도입한 것은 지난 70년대 초.공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미국 전 지역에 걸쳐 공교육에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접합한 마그넷스쿨운동에 따른 것이다.거주지역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 보통 공립학교와 달리 마그넷스쿨은 원하는 학생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현재 신시내티시의 공립 몬테소리학교는 노스아본달,샌즈,윈톤,카슨 등 초등학교 4곳과 클락 등 모두 5곳이다.이중클락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몬테소리교육을 도입한 공립 중등학교로 주목받고 있다.7년 전 설립된 클락은 지난해 처음 졸업생을 배출했다.

신시내티 시교육위원회 샐리 워너 위원은 “초등학교 교육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학부모들이 수년간 시교육위원회를 설득해 중등학교 설립을 이끌어냈다”면서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했고,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워너 위원 역시 두 아들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현재 두 딸이 재학 중이다.

몬테소리교육이 일반학교 교육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교사에 의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적절한 교재와 환경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는데 있다.두 세살터울의 학생들을 한 학급에 배정하는 이유도 서로 돕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체득하게 하려는 배려에서다.수업분위기는 대단히 자유롭지만 자율과 책임이 똑같이중요시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자리잡혀 있다.대부분 석·박사 학위소지자인 교사들은 학습환경을 만들어주고,개개인의 지적 성장과 행동발달 상황을 지켜보는 세심한 관찰자의 역할을 한다.

수학,사회,과학,외국어 등 일반교과 과정 외에 체육,예술,야외활동 등 다양한 현장체험을 강조하는 것도 몬테소리교육의 특징이다.클락몬테소리의 토머스 G 로스웰 교장은 “학년 말 체험여행을 위해 학기 초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기금마련 방안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몬테소리교육은 80년 중반부터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유아교육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몬테소리 교재를 통해 개별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cora@.

*코른골드 몬테소리교사양성센터 소장 .

[뉴욕 이순녀특파원] “몬테소리 교사는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립니다.스스로 내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고,어떻게 공부하는지에 대해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미국 몬테소리교사양성센터(CMTE)의 캐럴 울프 코른골드소장은 ‘어린이는 창조적이며 능동적인 존재’라는 몬테소리의 기본 철학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교사를 길러내는데 초점을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몬테소리 교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대졸자면 누구나 지원가능하며 1∼2년의 교육과정과 1년간의 현장실습을 거친다.CMTE는 지난 20여년간 미국내 몬테소리 교사 양성본부 역할을 해왔다.

◇몬테소리 교육의 장점은=개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다양한 교재들을 통해 이해력 향상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몬테소리 유아반의 모든 시설물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다.아이들은 자신의 키에 맞는 식탁과 싱크대에서 직접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다.어릴 때부터 사회성을 기르도록 3∼6세,6∼9세,9∼12세로 다연령 학급을 구성하고 있다.

◇학업성취도는 어떤가=다른 학교보다 성적이 우수한 편이다.이 때문에 매년 학교수가 배로 늘어나고 있다.초기엔 중·상류층이 대상이었지만 점차 공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수천개의 공·사립 몬테소리 학교가 있다.

◇몬테소리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또 교재를 갖추는데 드는 예산이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다.

뉴욕 인근에 있는 센터 옆에는 몬테소리 영·유아 시범학교가 자리잡고 있어 교사 양성과 실습이 동시에 이뤄지고있다.35년 넘게 몬테소리 교육에 몸바쳐온 코른골드 소장은 지난해 미국 몬테소리협회가 주는 영예의 상을 수상하기도했다.
2001-06-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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