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에세이/ 급속한 변화의 나라 코리아

외국인 에세이/ 급속한 변화의 나라 코리아

오한론 기자 기자
입력 2001-05-28 00:00
수정 2001-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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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어느날 아침,잠에서 깼을 때다.강한 한기를 느꼈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대구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서둘러야 했고 한국 겨울철의 일상적인 날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집을 떠날 무렵 창가로 잿빛 하늘에서 무척이나 굵은 눈송이가 매섭게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마치 “오늘 당신들은 우리를 빗자루와 눈삽으로 쉽게 쓸어버릴 수는 없을 거예요.오늘 서울은 우리의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듯… 서울역에서 대구행 기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약 한시간 반동안 이 ‘마술사’는 서울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그러나 불과 몇시간 뒤 내가 대구에 내렸을 때 그 눈은 온데간데 없고청명한 하늘에 밝은 햇살이 한껏 내리쬐이고 있었다.한국의날씨는 우리의 눈앞에서 끊임없이 그리고 극적으로 변한다.

4월이면 어느날 아침 갑자기 ‘녹색’이 ‘짙은 갈색’을 뒤덮어 버리고 온 도시는 오렌지와 진달래향으로 가득하다.모든 사람들이 그 화사한 색채와 향기 속에서 행복한 축제를여는 듯하다.그러나 몇주 후 그 허니문은 곧 끝난다.‘형형색색의반란’은 모두 시들고 향기는 사라진다.

날씨만큼이나 이곳 한국은 ‘급속한 변화의 나라’다.97년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은 금새 매년 두자리수 경제성장을이룩하는 국가로 탈바꿈했다.한국인들의 성향도 그런것 같다.

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내 서양인 친구중에 한국 여성과 결혼한 친구가 한명 있다.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그는자신의 결혼담을 말했다.“아내가 처음으로 나를 장인·장모에게 소개했을 때 그들은 거의 기절하는 듯 하셨지.당신들의딸이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것을 정말 참을 수 없어 하셨어.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내가 ‘당신들 손자의 아버지’가되는 순간 모든 것은 완전히 바뀌더군.이제 장인·장모는 나를 친아들처럼 아낀다네.” 지난주 한국 법무장관이 임명된지 43시간만에 경질됐다는 기사가 온 신문을 장식했다.그 기사를 보면서 나는 ‘역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드 오한론 주한 英문화원 어학원장

2001-05-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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