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종교적 신념과 병역의무

[씨줄날줄] 종교적 신념과 병역의무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2001-05-23 00:00
수정 2001-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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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연히 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 가족에 관한 TV특집을 본 적이 있다.아버지는 젊은 시절 신병훈련소에서집총(執銃)훈련을 거부해 감옥살이를 했던 어느 대학 교수이고,큰아들도 징집 거부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었다.대학원생인 둘째 아들도 역시 징집 대신 감옥행을 각오하고 있었다.큰아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가족들의 표정이 더없이 담담하고 평온했다.

문득 20여년 전에 감옥에서 만났던 송아무개라는 청년이떠올랐다.대전 출신이라는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집총훈련을 거부해서 군대 영창과 육군교도소를 거쳐 민간교도소로 넘어왔다고 했다.3년형이 확정돼 2년 뒤면 나간다고 했다.항상 미소를 짓고 다니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그는 문자 그대로 ‘모범수’여서 다른 재소자들로부터 존경어린 사랑을 받고 있었다.많은 젊은이들이 유신독재에 항거하다 무더기로 감옥에 들어오는 판에,특정 종교의 교리를지키기 위해 감옥행을 마다하지 않은 그가 한심하게도 보였다. 그러나 그 역시 일종의 확신범 또는 양심범이라서 “이건 뭔가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종교적 신념으로 징집이나 집총을 거부해 민간 교도소와 군대 영창에 갇혀있는 젊은이들이1,600여명이라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때마침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징집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감옥살이를 하는 대신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방의무는 국민의 3대 의무 가운데 하나로 신체와 정신이건전한 남성이라면 당연히 군대에 가서 병역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으로 징집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력낭비다.양심의명령에 따라 징집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젊은이들도 공익근무요원으로 사회봉사를 통해 병역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현역 복무 대신에 사회봉사의무를 부여하는 게 문명국 일반의 확립된 법이론이다.

유엔 인권위원회도 1998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박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있다.우리가인권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문제에서선진국 법이론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

장윤환논설고문 yhc@
2001-05-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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