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피아노 동경

[굄돌] 피아노 동경

황인홍 기자 기자
입력 2001-05-16 00:00
수정 2001-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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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다.유명한 연주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사내아이든 여자아이든피아노만은 꼭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이런 생각이 확고해 진 것은 대학에 다니면서였을 것이다.지방 소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왔을 때 나는 매우 당황했다.단순한 환경의 변화가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설명할 수 없는 열등감을 느꼈다.시험을 쳐서 같은 대학에 왔으니공부에 투자한 시간은 비슷했을 터인데,그 밖의 것들에서그들은 나와 달랐다.음악에 대한 소양도 있었고,미술에도조예가 깊었다.또 어쩌면 그렇게 운동들도 잘 하던지.나는 그 느낌을 문화적 열등감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래서 내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피아노가 내 머리 속에 자리잡았다.

시간이 흐르고 서울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뒤,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느낌은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이질감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나도 그들이 하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비록 고급문화는 아니었지만….

그 점을 깨달은 후에도 피아노는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않았다.다행히 아이들이 내 생각을 잘 따라주어 피아노를충분히 배우게 할 수 있었다.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해서 날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그러나 그뿐,그 이상은 없었다.

요즘 아이들을 외국에 조기 유학 보내는 현상이 열풍처럼 번진다고 한다.좋은 일이다.이 땅에 없는 그 무엇을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을 테니까.다만 한 가지 우리 교육이엉터리라서 외국에 보낸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 중에 우리나라를 이끌고,세계를 호령할지도 모를 인재들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들도제법 있으니 말이다.우리 교육이 문제가 있다면 그 역시그 아이들 중에 고칠 사람이 나올 것이다.그들에게 허탈감을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동경하던 것은 피아노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그시절 피아노는 부의 상징이었으니,어쩌면 나는 부를 부러워 하였던가 보다.나는 여전히 문화적으로 천박할 뿐이다.아직도 피아노 선율이 좋게 들리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황인홍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2001-05-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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