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면사무소 복원 논란

일제시대 면사무소 복원 논란

입력 2001-04-06 00:00
수정 2001-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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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가 추진중인 옛 면사무소 복원사업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란이 일고 있다.복원대상 건물의 상량식이일본 왕의 생일날 거행됐으며 상량문에 한일합방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안양시는 1917년부터 32년간 면사무소로 사용됐던 안양1동 ‘안양옥’ 건물과 터 450여㎡를 지난해 9월 24억원에매입,복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매입 당시에도 이곳은 상가 밀집지역인 ‘안양1번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데다 목조로 된 건물면적도 100여㎡에 불과,문화시설로서의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사회단체들의 반대 의견이 많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안양시의 면사무소 복원계획은 친일로얼룩진 면사무소의 상량문 기록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

최근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상량문에는 “조선국을 합하여 병풍을 삼았다.새로 관청을 서이면에 지음에 마침 천장절(일본 왕의 생일)을 만나 들보를 올린다”고 적혀 있었다.

이 상량문은 과천출신 향토사학자 신종묵(1856∼1949)이썼으며 그가 지은 ‘우산만고(愚山晩槁)’란 책에 이같은내용이 기록돼 있다.이 책은 98년 과천문화원이 번역,소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안양지역 시민단체들은 “안양시가 복원하려는 면사무소의 상량문이 한일합병을 정당화하고 상량식을 일본 왕의 생일날로 정해 거행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역사적 재평가작업 후 복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일제 총독부 건물로 사용됐던 중앙박물관을 해체하는 등 일제의 잔재를 없애고 있는 마당에 자치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친일로얼룩진 건물을 복원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양시 관계자는 “비록 치욕의 역사라 하더라도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며 “후세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역사적인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복원강행 뜻을 밝혀 이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
2001-04-06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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