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영재교육 자퇴 속출

대학 영재교육 자퇴 속출

안동환 기자 기자
입력 2001-04-03 00:00
수정 200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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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센터가 ‘영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해마다 자퇴하는 영재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학교장 추천을 받아 필기 및 구술시험 등 3단계 전형절차를 걸쳐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센터 생물분과에 합격한 윤모군(15·B중 3년)은입학한 지 6개월만에 그만뒀다.

어릴 때부터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던 윤군은과학경시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영재교육센터에서도 매우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받았다.

윤군의 어머니 박모씨(44·서울 강동구 암사동)는 “아이의 재능이 아깝기는 하지만 고교와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화·목·토요일 1주일에 세 번 학원에 가야하고 학교 내신성적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98년부터 수학과 정보(컴퓨터) 2개 분과에서 영재를 선발,교육하고 있는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센터는 지난해영재 160명을 선발했으나 45명이 중도에 포기했다.99년도에는 수학분과에 입학한 23명중 8명 등 18명이 중퇴했다.

인천대는 98년도에 60명 중 10명,99년도에는 103명 중 18명이 도중하차했으며,지난해에는 160명 중 45명이 그만뒀다.

연세대는 지난달 초 6개 분과에서 144명의 영재를 선발했으나 한달이 못돼 분과별로 자퇴생과 장기 결석자가 속출하고 있다.

연세대 장건수(張健洙·56·수학과)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학부모들이 영재교육생으로 선발되면 고교 3년 과정을미리 배울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수고 입학이나 대학 입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자녀들에게 자퇴를 강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영재교육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도 영재들의 조기 중퇴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 3월부터 영재교육진흥법이 발효됨에 따라 올해중 16개 시·도의 과학고를 영재학교로 전환하고 대학의 정원외 특례입학을 허용,입시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창의적인 영재교육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었다.그러나 영재학교 졸업생에 대한 정원외 특례입학 허용 여부가관심의 초점이 되면서 일반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반발,시행령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이 때문에 본격적인 시행일정도 2004년 이후로 늦춰졌다.

한국영재학회 총무 김명환(金明煥·44) 박사는 “특출한능력을 지닌 학생들을 관리·육성하는 것이 대학 과학영재센터의 설립 목적인데도 학부모들은 상급학교 입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잘못 알고 자녀들을 지원시키고 있다”면서“과학기술부,교육인적자원부,문화관광부 등 부처별로 분산된 영재교육 정책을 일원화해 영재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부터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2001-04-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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