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낯뜨거운 홍보전

삼성전자·LG전자 낯뜨거운 홍보전

김태균 기자 기자
입력 2001-03-24 00:00
수정 2001-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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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산업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아날로그’식 이전투구(泥田鬪狗)에 경쟁력을 허비하고 있다.

틈만 나면 서로 으르렁거린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최근 들어 그 주기가 더 짧아졌다.길어야 3∼4개월 간격으로 소모적인 설전(舌戰)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형성된 전장(戰場)은 휴대폰 분야.LG전자는 자사 무선인터넷 휴대폰이 모 기관의 품질평가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는 신문기사를 인용,이달 중순부터 광고세례를 퍼붓고 있다.이 조사에서 LG전자에 다소 밀렸던 삼성전자가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내부에서 한때 LG전자를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됐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사에 유리한 결과만 일방적으로 인용,경쟁업체를 폄하하는 것은 비신사적인일”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호주의 휴대폰 시장점유율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LG전자는 “지난해 호주에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폰 12만6,000대를 수출,시장진출 6개월만에 1위에 올랐다”는 자료를 냈다.여기에 ‘삼성전자를 제치고’라는 표현을 명기했다.삼성전자는즉각 “LG전자가 재료비 수준의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공세를 편 결과이며 정확한 이야기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두 회사의 신경전에는 정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신문·방송 기사는 물론이고 정부의 공문에서도 회사이름의 순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하도 말이 많다보니 정보통신부는 삼성-LG 순으로 표기한 ‘삼성용’ 공문과 LG-삼성 순으로 한 ‘LG용’을 따로 만드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 모니터 시장 점유율을 놓고 다퉜다.

LG전자가 유럽의 시장조사기관 GFK를 인용,2000년 2∼5월독일 모니터 시장에서 자사가 1위,삼성전자가 2위를 했다고 밝히자 삼성전자가 바로 맞불을 놨다.삼성전자는 “유럽 전체 및 세계 모니터 시장 1위는 삼성전자이며 GFK의조사에서는 LG 4위,삼성 5위로 나왔다”며 “자료를 자사에 유리하게 가공,국내업체의 신인도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5월에는 ‘스카웃 파동’까지 있었다.삼성전자는당시 LG정보통신(현재 LG전자로 합병)이 자사 연구소에 있던 임원을 스카웃하자 법원에 취업금지 소송을 냈다.같은달 디지털 TV 기술의 원조를 둘러싼 마찰도 빚어졌다.삼성전자가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시연하면서 국내 최초라고 주장하자 LG전자는 “우리는 이미 7개월전에 성공한 기술”이라고 반박했다.두회사는 벽걸이TV 평면모니터 대형냉장고 등에서도 잡음을 냈다.

실속없는 신경전과 속도경쟁이 회사 역량을 약화시키는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특히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뻥튀기 발표와 이에 대한 반박의되풀이는 결코 서로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2001-03-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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