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손 톱

2001 길섶에서/ 손 톱

박강문 기자 기자
입력 2001-03-15 00:00
수정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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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깎는다.무른 살 속에서 굳은 손톱이 나온다는 것,참신기하다. 손가락 끝마다 손톱이 자란다는 것은,시인이 경악한 “과목에 과물(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 못지않게놀랍다.

야생 짐승은 발굽이나 발톱이 닳도록 움직여야 산다.깎을만큼 웃자랄 겨를이 없다.사람도 아주 먼 옛날에는 손·발톱을 깎았을 리 없다.먼 옛날까지 갈 것도 없다.어릴 적에 할머니들의 거칠어진 손을 보면 손톱이 모지라져 있었다.손톱이 닳는 온갖 궂은 일은 아낙 몫이었다.시인처럼 이야기하자면,아버지들을 키운 것은 팔할이 할머니 손톱이었다.

손톱이 자라는 것은,그것이 닳도록 일하라는 조물주의 뜻이아닐까. 지식이란 무엇일까.손발 덜 쓰고 머리 많이 쓰는 것이 조물주가 바라던 것일까.손톱 깎는 사람이 많아지고 나서문자와 사상(思想)이 생기고 원자폭탄도, 유해식품도,환경파괴도 나왔다.다들 손톱을 깎지 않던 때가 인류나 다른 동물에게 더 낫지 않았을까.

손톱 깎으면서 별 생각을 다 한다.

박강문 논설위원

2001-03-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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