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

조은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

입력 2001-02-26 00:00
수정 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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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집 중에 더러 소설가 것보다 더 육감적인 책이있다.그렇더라도 그 산문집은 소설가보다는 시인의 눈이 더맑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조은의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마음산책)는 1960년생 여류시인의 외면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그러나 독자들은혼탁해질 수 없는 시인의 눈을 상기시키는 그의 내면으로 슬금슬금 다가가게 된다.그는 자기연민이나 회피없이 삶을 통찰하며,그런 용기를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쓸쓸해보일 수도 있는 주변을 탐스럽게 입체화한다.다음은글 ‘세 가지 이유’중의 한 부분.

사람들은 진지하게 내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이젠 왜 결혼하지 않았냐고 물을 때도 됐는데….그들이 물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조금씩 다른데,다 진실인 것 같다.제 삶을 확장하고 싶지 않아서요,자신이 없었어요,결혼해 살 수 있는 체질이 아니에요,하는 나의 대답에는 거짓이 없다.나의삶을 후손을 통해 확장하지 않고 내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던 것은 지금껏 살아온 내 삶에 달콤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인의 친우인 소설가 신경숙은 발문을 통해 그의 시 구절“벼랑에서 만나자.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를 보고 전율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김재영기자

2001-02-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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