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일 기자의 국제경제 읽기/ ‘신경제 거품’ 美증시의 교훈

백문일 기자의 국제경제 읽기/ ‘신경제 거품’ 美증시의 교훈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1-01-12 00:00
수정 2001-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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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올랐으나 주식을 팔지 않아 실현되지 않은 차익을 월가에서는 ‘페이퍼 프로핏(paper profits)’이라고 한다.장부상으로만 이득을 봤다는 뜻이다.지난해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이를 믿고 흥청망청쓰던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99년 주가 상승으로 미 투자자들이 챙긴 이익은 5,350억달러(600조원).닷컴을 선두로 한 정보통신 관련주들이 주가상승을 주도했다.90년대에 등장한 ‘신경제(new economy)’의 파도를 타고 컴퓨터 부문의 기술혁신과 시장의 글로벌화가 ‘지속적인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2000년을 지나면서 신경제의 신화는 무너졌다.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하던 컴퓨터와 통신장비 분야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거위’가 아니었다.그동안 미국 증시는 신경제 ‘붐’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을 탔다.기업들은 주식을 팔아 재투자했고 주가는 투자규모에 비례해 다시 올랐다.외국 투자자들도 연간 1,500억달러씩 미국 증시에 쏟아부었다.

모두가 ‘장미빛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익까지 담보할 수는 없었다.신경제에 내포된새로운 도전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안하지 않았다.

투자가 계속되는데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얼마전에야 깨달았다.지난해 1월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주가는 89달러였다.그러나이익을 내지 못하자 1년도 안돼 1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로부터 세가지 교훈을 말한다.첫째,순환하지 않는 경기는 없다.경제의 패러다임이 첨단기술 위주로 바뀌었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첨단업종이라도 실패하는 기업이 있고 불황을 탈 수가 있다.뉴욕타임스·월트디즈니·뉴스코퍼레이션 등 미국의 주요 미디어 그룹들은 올해 인터넷 사업을 크게 줄이고 있다.지금 닷컴을 초과공급이라고 본다.

둘째,기업의 가치다.빠르게 성장하는 주식보다 이익을 낼 수 있는종목에관심을 가져야 한다.경기침체 국면에서 금리인하 조치는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그보다 10일 모토롤라를 시작으로 3월말까지 발표되는 미국 기업들의 4·4분기 영업실적에 관심을 둬야 한다.여기에 올해 증시의 향방이 달렸다.

셋째,페이퍼 프로핏을 지출해서는 안된다.누구나 부자가 됐다는 생각에 지출을 늘릴 수 있지만 ‘거품’일 경우가 더 많다.기술주에 대한 기대를 버릴 필요는 없다.올해 유망업종도 역시 미디어 부문과 정보통신으로 꼽힌다.그러나 환상은 버려야 한다.파티는 언젠가 끝나기마련이다.

백문일 국제팀 기자 mip@
2001-01-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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