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다시 보는 구조조정

[대한광장] 다시 보는 구조조정

권오용 기자 기자
입력 2000-12-30 00:00
수정 2000-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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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택시기사들이 제일 잘 안다고 한다.워낙 많은 사람을 접하다 보니 갖게 되는 정보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런데요즘 택시를 타면 거의 모든 기사가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한다.불확실한 경제에 불안해 하는모습을 보면서 경제위기가 이미 우리에게 깊숙이 침투했다는 생각을하곤 한다.

IMF구제금융 체제로 들어간 직후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위기극복 기간중 최초의 1년∼1년6개월은 외환관리와 유동성위기를극복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그리고 이후 2년정도를 산업 구조조정기로 진단했다.즉,최소 3년이상 위기극복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제와서 보면 매킨지의 진단은 어느정도 합당했다고 보인다.

IMF후 일년간의 노력과 벤처로 인한 경제부흥은 외환과 유동성 위기를 거의 완전히 극복하게 해 주었다.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우리로 하여금 불황과 경제위기를 모두 탈출했다고 믿게 했다.그런데 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치열한 구조조정의 시기라고볼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계량치들을 보고는 IMF를 극복했다고 믿어 더 이상의 개선 노력을 등한시한 것이다.한참 구조조정에 매진할 시기에 샴페인을 터뜨렸으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결국 지금의 위기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유발됐다고할 수 있다.

대우사태만 보더라도 문제 해결의 관건은 효율적인 구조조정에 있었다.그렇지만 대우자동차 매각에서 정부가 보여 준 태도는 실망스럽기짝이 없었고, 제 물건값을 스스로 깎아 시장에 내 놓는 우를 범하였다. 한마디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의미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아무런개념 없이 이루어진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또 각종 공기업 민영화와 부실 금융권 처리에서도 원칙 없는 구조조정 방안으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정부는 99년 5월 도입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통해 부실기업 신속퇴출 및 회생절차를 지원하고,회생 가능한 부실기업의 경우재무적 구조조정후 조속한 정상화 및 기업가치 제고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했다.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이렇게구조조정을 제대로 할수 있는 기업이 극소수인 관계로 해외 기업들에 상당부분 의존하게된다는 점이다.물론 해외의 선진기법을 들여와서 효율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면에선 상당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외환위기후 발생한 국내 부실채권중 12조원 가량이 제3자에게 매각되었으며,제3자에게 매각된 채권 중 96%를 해외부실채권펀드가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그런데 문제는 해외부실채권펀드의 경우채권매입 후 기업회생을 위한 출자전환,신규자금지원,사업구조조정추진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 형태의 투자보다는 매입한 채권을 제3자에게 재매각 또는 담보권 실행 등을 통하여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부실채권을 독점해간 해외펀드들이 실제 기업구조조정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한국적 기업투자 환경에 대해충분한 경험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노골적으로 단기차익확보가 투자 목적임을 밝히니,이들을 통해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이 명확하다.

어떤 경제활동이건 간에 국내산업이 주체가 돼 이루어져야 한다.따라서 애초에 의도한 구조조정전문회사의 도입취지를 살리려면 국내부실채권시장에 대한 국내 구조조정전문회사의 진출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특히 채권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시 매수자측의 기업구조조정 추진방안을 감안한 채권매각방안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경제 위기가 왜 다시 오고,어떻게 이를 극복해야 하는지가 언론의화두가 된 지 오래이다.무엇보다 구조조정 실패로 발생한 위기는 구조조정으로 풀어야 한다.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기존의 주력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그리고 구조조정의 전과정에서 일관되게 필요한 것은 10년후 100년후의한국 산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이를 실천해 가려는 의지이다.

◇ 권오용 KTB네트워크 상무
2000-12-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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