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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저녁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적잖이 당황했을것이다.이 총재는 춘천 강원일보사에서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최고정치전략과정 수강생 70여명을 상대로 특강을 하고 있었다.이런 성격의 특강은 대개 정치인의 일방적 주장과 수강생들의 형식적 질문이 오가면서 ‘화기애애하게’ 끝나게 마련이다.
이 총재는 “현 국정위기의 근본 원인은 1차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을 비난했다.그리고 여유있는 표정으로 몇 가지‘형식적’ 질문을 기다렸다.
그러나 수강생들로부터 날아 온 질문은 전혀 뜻밖이었다.특강 전 수강생을 대표해 이 총재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했던 한 50대 여성은 “이 총재는 지금의 난국이 한 사람의 지도자 때문인 것처럼 책임을 전가했는데,솔직히 실망했다.그렇다면 야당 총재로서 그동안 뭘했느냐”고 꼬집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40대 남성도 “이 총재가 여당을 비난했지만국민으로서는 여야가 서로 헐뜯는 데 몸서리가 쳐진다”고 목소리를높였다.
이같은 ‘봉변’은 며칠 전 여당도 당한 적이 있다.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구로시장을 방문했다가 한 포목상으로부터 “제발 칭찬받는 분들이 돼 달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이들 두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국민들이 집권당 대표나 제1야당 총재의 면전에서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이제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아닐까.옛날처럼 정치인이 나타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황송해하던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한편으로는 국민의 정치수준이 정치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높다는 뜻도 된다.
나아가 정치인들이 말로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정국 주도권 잡기’나 ‘차기 대권 길 닦기’ 등의 꼼수를 두고 있는 것을 이제 웬만한 국민이라면 훤히 알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정치인들로서는 정말 등골이 오싹한 시대가 됐다.
[김 상 연 정치팀 기자]carlos@
2000-12-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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