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국무위원들의 겹치기 출연 ‘촌극’

[오늘의 눈] 국무위원들의 겹치기 출연 ‘촌극’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2000-12-06 00:00
수정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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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4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2층 예산결산특별위 회의장.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던 진념 재경부장관이 비서관의 귀엣말을 듣고 황급히 일어나 회의장을 나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가 봤더니 3층 재경위 회의장으로 들어가 답변대에 서는 게 아닌가.세상에 장관이 ‘겹치기 출석’이라니….진 장관의 회의장 ‘순례’는 5일에도 되풀이됐다.

왜 이런 불합리한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결론부터 말하면 법률안 제출이 연말 정기국회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매년 9월 개회되는 정기국회는 흔히 예산국회로 불린다.정부가 전년도에 사용한 예산 내역을 검사하고,다음해 예산이 제대로 책정됐는지를 심사하는 게 주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원들은 정기국회 회기 100일 동안 예산에 몰두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금은 상임위가 예산안을 예결위에 넘기고 난 뒤 곧바로 법률안 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예결위와 상임위가 동시에 열린다.

이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이 회의장,저 회의장을 왔다갔다 하는 촌극이 빚어지는 것이다.

폐단은 심각하다.각 부처의 예산을 철저하게 파고 들어야 할 상임위는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다음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곧이어 시작하는 상임위의 법안 심사도 시간이 촉박하기는 마찬가지다.둘 중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셈이다.

해결책은 정부가 연중 열리는 임시국회때 법률안을 집중 제출하는것이지만,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올해 6차례 열린 임시국회에 접수된 정부 제출 법률안은 불과 24건.

반면 이번 정기국회에는 5일 현재 156건이나 제출 됐다.

임시국회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회쪽은 “정부가 늑장을부리다 연말에 몰아서 제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을 내려고 해도 의원들이 연말에 보자는 식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둘러댄다.

어쨌든 ‘벼락치기’가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의원들이 정말 나라를 걱정한다면 이런 불합리한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김상연 정치팀 기자 carlos@
2000-12-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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