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삼례씨 납북아들 강희근씨 13년만의 재회

金삼례씨 납북아들 강희근씨 13년만의 재회

전경하 기자 기자
입력 2000-12-04 00:00
수정 2000-12-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통일되면 오거라,이 에미는 꼭 기다릴 테니…” 13년 만에 재회한 납북 아들에게 김삼례(73)할머니가 남긴 작별 인사였다.2일 오후 남행(南行) 비행기에 오르고서도 눈물은 하염없이흘렀다.평양 땅을 언제 다시 밟을 것이며 아들 희근이가 언제 남으로돌아올지 막막해서였다.

김 할머니가 조기잡이 어선 동진호 갑판장이던 강희근씨(49)의 납북(87년 1월)을 안 것은 꼬박 1년 뒤였다.“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다”며 가족들이 쉬쉬 했기 때문이다.

한의 세월을 보내던 지난 6월27일 손자 현문(16·교동종고 1년)이가 “약주만 드시면 서럽게 우시는 할머니가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편지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보낼 때만해도불가능처럼 여겨진 상봉이었다.그런 탓인지 지난달 30일 고려호텔 상봉장에서 만난 희근씨가 어머니를 끌어안고 물은 첫 마디가 “현문이는요”라는 남쪽 아들의 소식이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재회의 2박3일간 김 할머니는 아들로부터 못다한효도를 받았다.북한에서 새로 맞은 며느리 김용화씨로부터 수박색 한복을 선물 받고 손자 현민(13)이도 만났다.북의 손자가 절을 하고 지팡이를 선물할 때는 울컥 눈물도 쏟아졌다.이틀째인 1일에는 생일상도 차려 받고 네 식구가 오순도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보였다.어떻게 지냈느냐는 어머니 말에 희근씨는 “훈장,시계도 받고 지금은 공업직물공장에 다니고 있다”며“두달 전에는 노동당원도 됐다”고 칠순의 노모를 안심시켰다.김 할머니를 취재하던 북한 기자는 동진호사건이 ‘납치’가 아님을 계속강조하고 있었다.

이윽고 이별의 날이 밝았다.고려호텔을 떠나기 전 20분간의 짧은 만남에서 희근씨는 “현문이 공부 좀 시켜주세요.아빠 걱정 말라고 해요” “울지 말고 얼굴 한번 대보세요.얼굴…”이라고 울먹이며 노모의 볼을 비비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김 할머니는 김포공항에서 “아들을 만나 너무 좋았지만 우느라고얘기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움을 털어놓고 허위허위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집으로 향했다.차창 밖의 낯익은 풍경을 바라보며 남의 논 짓고 엄마도 없는 손녀(20)와 손자를 키우며 살아온 13년이 그래도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 김 할머니였다.

전경하 홍원상기자 lark3@
2000-12-0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