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의 恨 모두 풀자면

[사설] 이산의 恨 모두 풀자면

입력 2000-12-01 00:00
수정 2000-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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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반세기 동안 ‘이산의 한’을 품고 살아온 남북 이산가족 200명이 어제 꿈에 그리던 혈육과 만났다.100세나 된 남쪽의 어머니는가슴속에 홍안의 청년으로 묻어두었던 북녘의 늙은 아들을 부여잡고오열했다.이들이 서울과 평양에서 풀어놓은,하나같이 안타깝고 기막힌 가족사는 다시 온겨레의 가슴을 적셨다.우리는 지난 8·15에 이어두번째로 성사된 이번 2차 방문단 교환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데안도한다.이산가족 상봉사업의 정례화 가능성이 확인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1차 방문단 교환 때만 해도 한차례 일과성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심이나 열기는 1차 때에 비해 아무래도 못한듯 하지만 이산가족 당사자들의 감격이야 매한가지일 것이다.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부담이나 정치적 잡음의 소지를 줄여 상봉사업의지속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끼 만찬 비용에만 1억5백만원이 들었던 지난 8·15 서울 상봉 때의전례가 되풀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나아가 장충식(張忠植) 한적총재의 월간지 인터뷰와 같이 공연히 남북간 분란의 소지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북한측이 인터뷰 내용을 문제삼는 바람에 장총재가이번 상봉기간 중 해외출장을 떠나는 어색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하는 얘기다.

상봉단 교환방식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이번 행사에 드는 전체 비용을 1차 때에 비해 절반으로 줄인 것은 잘한 일이다.하지만 누차 지적한 것처럼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는 육로 방문 대신 굳이 서해직항로를 선택한 것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당장 평양 순안공항의 짙은 안개로 상봉단을 태운 비행기 출발이 4시간 가까이 지연되는 불편을 겪지 않았는가.

앞으로 긴 환영행사 등 허례는 줄이고 가족들간 만남은 자연스럽고밀도있게 하는 방향으로 행사 방식을 더욱 개선해 나가야 한다.3차때부터는 호텔 상봉 방식 보다는 고향방문을 하거나 상봉 가족을 동숙(同宿)하게 하는 등 한층 인도적인 방식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제 제대로 된 이산가족 교류 인프라를 구축할 때라고 본다.상호 방문을 통한 시범적 상봉은 그것대로 규모와 횟수를 늘려가야 하겠지만 우편물 교환소와 상시 면회소 설치 등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에 남북이 합의해야 한다는 뜻이다.남쪽에 사는 이산1세대만 해도 123만명이나 된다고 한다.이들이 단 한번이라도 북쪽의 피붙이를 만나게 하기 위해서는 매달 100명씩 상봉시키더라도 천년이 걸린다.북측은 상설 면회소라는 이산가족들을 위한 ‘만남의 오작교’를 놓는 데 적극성을 보이기를 바란다.
2000-12-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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