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사위로 보는 환웅·웅녀 신화적 사랑

춤사위로 보는 환웅·웅녀 신화적 사랑

입력 2000-11-14 00:00
수정 200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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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삶이 팍팍해서일까.신화 혹은 판타지를 다룬 공연이 요즘 유난히 두드러진다.얼마전 경주에서 공연된 국립극장의 ‘우루왕’이그랬고,서울시무용단이 지난주 선보인 ‘밝산,그 영원한 생명의 터’도 동북아 창세신화를 소재로 했다.

이런 흐름을 잇듯 장선희발레단이 25·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창작발레 ‘신시(神市)21’ 역시 신화의 색채가 가득하다.태고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상의 아들 환웅과 지상의 딸 웅녀가 꿈꾼 완전한 사랑에 관한 신화적 상상력이 나래를 편다.

‘신시21’은 이 발레단 대표인 세종대 장선희교수가 소설 ‘영원한제국’의 작가 이인화(이화여대 교수)에게 무용대본을 의뢰해 만든작품.3년전 소설가 이문열과 손잡고 창작발레 ‘황진이’를 공연해화제를 모았던 장교수는 이씨의 소설 ‘초원의 향기’에서 영감을 얻어 대본을 부탁했다.

소설이외의 다른 작업을 해보고싶던 작가도 선뜻 호응했다.

작품의 모티브는 단군신화에서 웅녀와 같이 동굴에 갇혔던 호랑이가과연 남자일까,여자일까하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웅녀와 호자(호랑이),환웅의 삼각관계가 설정되고 웅녀는한 남자에게 버림받은 뒤 환웅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성숙해 운명의시련을 견디고 새로운 인간세계를 창조하는 여성 영웅으로 재조명된다.

이씨는 “소설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확대해 무용언어로 재창조했다”고 설명했다.

2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신화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한무대에 공존시킨다.신화의 공간인 1막에서는 호자와 눈이 맞아 고향에서 쫓겨난여제사장의 딸 웅녀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자신을 짝사랑하는 환웅의 청혼을 받아들여 단군을 탄생시키는 과정이 그려진다.고대 벽화의 이미지를 활용한, 강한 제의성의 춤들이 몽환적인 원시의 세계를효과적으로 펼쳐낸다.반면 2막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0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요란한 테크노 음악이 가득하다.몽골여자 웅녀는 호자의 꾐에 빠져 매춘가로 끌려가 비참한 삶을 강요당한다.스스로 목을 매려는 그녀앞에 밝은 빛을 가득 안은 환웅이 내려오고,둘은 뜨거운포옹과 함께 옛날 옛적신시의 재현을 염원하는 2인무를 춘다.안무자 장교수는 “웅녀와 호자,웅녀와 환웅의 2인무 등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춤과 40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역동적인 춤사위를 고르게 안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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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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