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재벌앞에 작아지는 국회

[오늘의 눈] 재벌앞에 작아지는 국회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2000-10-18 00:00
수정 200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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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국회’.

무소불위의 권능을 자랑하는 국회가 재벌에게만 유독 무기력한 태도를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13대 국회 5공비리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나온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은 “회장님,회장님” 하는 의원들의 아부성 발언을 들을 정도로 ‘위풍당당’한 모습을 연출했다.정권이 몇번 바뀌었어도 여야를 떠나 재벌에게 약한모습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새로운 국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16대 국회에서는 뭔가다른 모습을 기대했다.개혁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여야의 다짐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는 16대 첫 국감을 앞두고 여지없이 무너졌다.16일 국회재경위는 여야 표결까지 가면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등 13명의 증인 채택안을 무산시켰다.

찬반 표결의 형식을 취했지만 여야의 ‘합작품’이란 의혹을 지울수 없다.표결 전후로 석연치 않은 대목이 곳곳에서 엿보인다.한나라당은 이날 외유(IPU 참석) 중인 나오연(羅午淵)의원과 다른 일정을이유로 손학규(孫鶴圭)의원이 불참했다.

민주당 역시 재벌증인의 채택 반대 명분도 궁색하다.이정일(李正一) 간사는 “불러도 오지 않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재벌개혁의 ‘전위대’를 자처하는 종전 민주당의 모습은 이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재벌에 설설 기는 모습은 재경위에 그치지 않았다.정무위에서는 아예 여야 간사 합의로 정회장의 증인 채택을 배제시켰다.통일외교통상위에서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당초 정회장 등 4명의 증인채택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슬그머니 정회장을 명단에서 제외했다.자민련측은“통외통위 정몽준(鄭夢準·무소속)의원에게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댔다.

반면 정무위는 ‘힘빠진’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과단성’도 보였다.한국 제1의 재벌,‘정씨 일가’에게 ‘특별대우’를 아끼지 않는 모습과 대조적이다.‘강한 자에게특별히 약한’ 여야의 행태가 새삼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오 일 만 정치팀 기자]oilman@
2000-10-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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