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스코프] IMT-2000 기술표준 ‘표류’

[IT 스코프] IMT-2000 기술표준 ‘표류’

박대출 기자 기자
입력 2000-10-09 00:00
수정 200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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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낮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진통을 겪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기술표준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뒤늦게나마 결론을 도출코자 마련된 공개토론회였다.참석한 한 업체 대표와화장실에서 마주쳤다.이런저런 농담을 주고 받던 중 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보통신부 고위 당국자가 들어선 것이다.그는 즉각 부동자세로 변했다.깍듯한 수준을 넘어 ‘꼼짝마’에 가까웠다.

이 상황을 접하면서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군림(君臨)이란 말이다.정통부가 기술표준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업계를 지배하려는 관(官).여기서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통부는 기술표준 문제를 1년 가까이 끌어왔다.한 당국자의 변명이 기가 막히다.“연초에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모두 동기식(미국)을 선호했다.그러더니 갑자기 비동기식(유럽)으로 돌아섰다.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느냐” 업체들의 변덕이 사태를 악화시킨 한 원인일 수 있다.그렇다고 해서 정통부의 안이한 대처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보이지 않는 손’을 과신한 탓이다.정통부 관계자들은 조금만 압박해도 업체들이 백기를 들 것으로 믿었다.스스로도 인정하는 대목이다.군림에서 출발한 자만이다.

업체들은 겁을 먹으면서도 기업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말을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동기식을 강요하는 정통부에 맞서 버텼다.정통부는 예상치 않던 ‘저항’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기술표준 문제는 정통부의 예측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됐다.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당연히 업체들이 비동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어야 했다.그리고 비동기로 선회했을 때 사수(死守)의지 정도는 미리 읽을줄 알아야 마땅했다.

이틀 뒤 기술표준협의회의 최종 합의문 발표 때를 보면 강압적인 자세가 황당한 수준에 이른다.한 문구를 놓고 정통부와 SK텔레콤·한국통신은 달리 해석했다.그러자 정통부측은 두 업체를 윽박질러대기 시작했다.자기 주장만 진실인 것처럼 힘으로 눌러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

토론회 다음날 정통부가 낸 보도자료도 가관이다.‘CDMA 등 이동통신기기 수출 큰 폭 증가’로 제목이 달렸다.하지만 내용을 보면 동기식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보다 비동기식인 GSM 방식 수출액이 더많다.증가율도 GSM이 더 높다.동기식의 우월성을 강조하려고 제목까지 거짓 포장을 달았다.상궤를 벗어나면서까지 동기식을 사수하려 들고 있다.차라리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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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기자 dcpark@
2000-10-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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