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큰아들 생존 확인 89세 周福漣할머니

北서 큰아들 생존 확인 89세 周福漣할머니

안동환 기자 기자
입력 2000-10-04 00:00
수정 2000-10-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무이,내가 도망치면 우리 일곱식구 다 죽어요” 2일 죽은 줄만 알았던 큰아들 박상욱씨(69)가 북에서 남쪽 가족을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주복연(周福漣·89·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상욱이는 의용군으로 끌려가면서 ‘도망치라’는 어미 말에 가족의안전을 먼저 생각했던 믿음직한 아들이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상욱씨는 지난 50년 7월 사상확인서에 도장을 찍으러 고향 강원도춘천시 봉이동 동사무소에 갔다가 마을 젊은이 7명과 함께 그 길로의용군에 징집됐다.

“삶은 보리밥 두어 숟갈밖에 못뜨고 떠난 모습이 가슴에 맺혀 50년동안 아들 생일에 미역국과 흰 쌀밥으로 제사를 지내 왔어” 남편도 의용군으로 징집될 뻔 했으나 주씨가 인민군들을 붙잡고 “우리 일곱식구 다 죽이고 데려가라”며 매달려 빠질 수 있었다.그러나 큰아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간 마을 젊은이들은 한 명도 고향 마을에 돌아오지못했어.그러니 죽었다고 생각했지…” 눈물을 참던 주씨는 지난 70년 작고한 남편의 사진을 꺼내들고는 “영감,우리상욱이가 온대요”라며 연신 눈가를 훔쳤다.2일 형님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적십자사를 찾아 만세를 부른 셋째아들 상범(商範·58)씨도 어머니 주씨의 손을 꽉 움켜쥔 채 “큰형님,살아 계셔서너무 고맙습니다.형님 맞을 채비를 하기 위해 5형제가 다 모이기로했습니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꿈을 꿀 적마다 상욱이가 누런 인민군복을 입고 집에 들어와서는어미에게 ‘반갑다’는 말은커녕 한 마디도 하지 않아 울기도 많이울었다”는 주씨는 “아들에게 내 손으로 따뜻한 밥 한끼 지어 먹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2000-10-04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