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은 두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첫째 는 국내 은행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파란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두번 째는 물밑에서 전개되던 우량은행간 합병전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 러내게 됐음을 뜻한다. ■뉴욕증시 상장이 갖는 의미 무엇보다 세계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회계기준을 통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이 기준을 통과해 뉴욕증 시 상장에 성공한 은행은 아시아권에서 도쿄 미쓰비시 은행과 인도 I CICI 은행 뿐이다.주택은행이 세번째다. 기존 상장기업들이 국내 회계기준에 맞춰 작성한 자료를 미국회계기 준으로 변환만 했던 것과 달리 주택은행은 모든 회계자료를 처음부터 미국회계기준에 맞춰 작성했다.이상원(李相元) 전략기획팀장은 “그 만큼 힘들고 까다로웠다”고 털어놓는다. 주택은행은 경영의 투명성및 대외신인도를 국제사회에서 ‘공인’받 음으로써 주가에도 큰 힘이 실리게 됐다.위험성이 거의 없는 소매금 융만 취급해온 탓에 ‘우량은행 대열에 무임승차했다’는 국내 금융 권의 냉소도 쑥 들어가게 됐다.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은 출국전 왜그렇게 뉴욕증시 상장에 집 착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 은행도 선진기준을 통과할 수 있 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택·국민 합병주도권 쟁탈전 돌입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뉴 욕증시 상장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주택은행은 보다 자유롭게 합병전 에 나설 수 있게 됐다.물론 GDR(런던증시상장)이 ADR(미국증시상장) 로 완전히 전환되는 이달말까지는 합병을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다 .경영형태에 중대변화가 일어나면 전환 중지명령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단 전환이 끝나고난 직후에 합병을 발표한다고 해 서 상장이 취소되거나 하는 제재규정은 없다.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에도 ‘주주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병을 고려할 수도 있 다’고 김행장이 밝혀놓은 상태다. 국민은행도 이달말까지는 주택은행의 운신의 폭이 좁은 틈을 이용해 노골적인 합병공세를 펼칠 전망이다.김상훈(金商勳) 국민은행장은 3 일 “체코 프라하에서 한미·하나은행장과 깊숙한 대화를 나눴다”면 서 두 은행과의 합병논의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때가 되면 (선언이)나올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합병의 ‘키’를 쥐고 있는 한미은행은 일찌감치 국민은행보다 주택 은행쪽에 마음이 가있는 상태다.다만 합병의 1차적 파트너로 꼽혀온 하나은행이 주택은행과의 삼각합병에 부정적이어서 진척을 보지 못했 었다.주택은행 대주주인 ING와 하나은행 대주주인 알리안츠는 방카슈 랑스 라이벌 관계.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이 최근 독일로 날아가 알리안츠를 면담하고 왔다는 점에서 라이벌과의 제휴에 대한 ‘양해 ’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이 과정에서 신한은행도 재차 ‘구애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자칫 잘못하면 조흥이나 외환은행과의 짝짓기 압력에 내몰릴 수 있 다는 점에서 국민·주택은행은 한미·하나 잡기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향후 리딩뱅크 싸움과도 직결된다. 안미현기자 hyun@
2000-10-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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