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李會昌총재와 강경파 측근

[오늘의 눈] 李會昌총재와 강경파 측근

오풍연 기자 기자
입력 2000-10-03 00:00
수정 2000-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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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는 두 가지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대쪽’과 ‘정치 초년병’이 그것이다.

‘대쪽’은 판사 재직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 그의 곧은 성품을 본받기 위해 후배 법조인들이 지어준 닉 네임이다.그가 법조계를 떠난 지금도 여전히 존경받고 있는 것은 최대 찬사랄 수 있는 ‘대쪽’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6년 정치 입문 이후 줄곧 따라다니는 ‘초년병’이라는 이미지를 아직 씻지 못하고 있다.이같은 비유에 대해 집권당의 대선후보를 거쳐 원내 제1당의 총재를 맡고 있는 그로서도 달가울 리 없을것이다.

초년병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한 데는 그 자신의 정치력 뿐만 아니라 이른바 ‘측근’들의 보필(輔弼)도 한몫 거들고 있다는 생각이다.애당초 ‘대쪽’ 이미지의 그에게서 고단수의 ‘정치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오히려 수십년간 판결문을 써온 판사출신답게 ‘법’과 ‘원칙’이라는 테두리를 쳐놓고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을 풀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면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총재는 영영 ‘초년병’ 딱지를 뗄 수 없을까.아무래도그 해법은 측근정치에서 찾아야 될 것 같다.측근들이 당 안팎의 중지(衆智)를 모아 바른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이총재의 ‘정치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총재가 최근 한달간 국회등원을 거부한 채 대규모 장외집회를 잇따라 여는 등 정국을 경색시킨 데도 이들 초·재선 의원들의 책임이더 크다고 할 수 있다.등원을 촉구하는 당 중진들의 건의를 묵살하고 총재에게 투쟁일변도의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심지어 일부 매파는 공개회의 석상에서 “총재가 20%의 강경파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않으면 안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이총재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원내 133석을 가진 한나라당에는 정치력과 함께 탁견을 지닌 인재들이 많다.전직 장관·대학 총장,법조인 등 부지기수다.그럼에도 다수의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당내 언로가 트이지 않았다는반증이다.강경파 측근들은 이총재를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길 바란다.

[오풍 연 정치팀 차장] poongynn@
2000-10-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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