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약사법’ 볼모인가

환자들이 ‘약사법’ 볼모인가

입력 2000-10-02 00:00
수정 2000-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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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약사법 개정과 관련,‘1,000만인 지지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전국 의대생 가족과 환자들에게까지 서명을 강요해 물의를 빚고있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한모씨(67·여·서울 성북구 안암동)는 1일 “예약을 하고도 의사들의 파업으로 진단이 미뤄지다가 지난달 21일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진료실에 들어서자 전문의 김모씨가 의보수가 50% 국고 지원 등 약사법 개정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적은 팸플릿을 보여 주면서 서명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라 당장은 어려우니 며칠 뒤 병원에다시 올 때 대답하겠다고 하자 담당 의사가 ‘오래 생각할 게 뭐 있느냐,이왕 서명하려면 이 자리에서 하라’고 요구했다”면서 귀가한뒤 가족들로부터 “‘치료를 받는 데 차질이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서명을 거절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친정 아버지의 간호를 하던 이모씨(36·여)는 “장(臟)이 뒤틀려 응급실을 찾았다가 파업으로 의사 얼굴을 보지 못한 경험 때문에 도무지 서명할 기분이 나지 않아 거부했다”면서 “서명을 하지 않자 한 전공의가 ‘당신들이 의약분업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있느냐’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응급실의 다른 환자는 “보호자 대기실에 있던 어머니가 ‘빨리 서명을 하는 게 환자 신상에 좋다’는 전공의의 반강제적인 요구에 떼밀려 내용도 모른 채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사협회‘공동대표소위’는 지난달 초부터 각급 병·의원,서울 명동·대학로등 번화가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에는 대학로 쪽 출입문,외래진료 접수창구 앞,응급실 앞에 서명 접수대가 설치돼 있으며,전공의협의회는 1일 현재 서명자가100만명을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 임모씨(31)는 “가뜩이나 의료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마당에 악수(惡手)를 두는 것 같아 반대해 왔다”며 “국민의 4분의 1이나 차지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가 먹혀들지 않자 환자들까지 동원하는 움직임에 동료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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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기자 onekor@
2000-10-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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