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새 장관에 보내는 편지

[오늘의 눈] 새 장관에 보내는 편지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2000-09-22 00:00
수정 2000-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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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님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아니 조금은 위로를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군요.그만큼 어려운 자리니까요.제가 펜을든 것은 오늘 취임식에서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문화예술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을 음미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설가이기도 한 장관님께는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문화예술계’라는 말에는 문화예술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이익집단의 성격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문단·화단·음악계·무용계등 장르별로 세분화하면 이익집단의 성격은 더욱 도드라지지요.

문화부가 그동안 총력을 기울여 문화예술계를 지원해왔다는 사실을잘 알고 있습니다.더구나 최근에는 파격적으로 지원액수가 늘어나기도 했지요.그러나 문화예술계가 어느 때보다 문화부를 칭찬하고 있는동안 총력지원이 실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있는지에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결론은 ‘문화예술의 수요자를 생각하지 않는지원정책’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문화예술계에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어디에 지원을 하는것이 효과적일까요’라는 시험문제가 있다고 합시다.모든 사람이 ‘이익집단으로서의 문화예술계’보다는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문화예술의 기능’에 동그라미를 치겠지요.

그러나 세상의 상식과는 달리 문화부의 지원은 ‘이익집단으로서의문화예술계’에 집중된 것은 아니었는지요.수요자를 외면한 가운데공급자가 선호하는 지원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은 아닙니까.그럼에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정책은 없고 정치인 장관의 선심만 있다”는 시각도 비판을 위한 비판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장관님도 정치인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면,정치인을 보는 세상의 인식을 바로잡을 기회로 삼으시는 것은 어떨까요.

장관님.“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은 문화예술인의 창조정신을 해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때는 절대로 옳습니다.그렇지만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고도 어떻게 쓰이든 관심을 갖지 않는것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정책방향을 올바르게 세운 뒤 공정하게 간섭하는 것이 문화부의 존재이유가 아닐까요.이렇게되면 문화예술의 공급자 일부로부터 인기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수요자,즉국민들이 앞장서 장관님을 도울 것입니다.장관님의 건승을 빕니다.



서동철 문화팀 차장 dcsuh@
2000-09-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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