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새만금 간척사업

[쟁점] 새만금 간척사업

이정재 기자 기자
입력 2000-08-26 00:00
수정 2000-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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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환경보호단체와 농업분야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뜨겁다.정부는 오는 31일 최종 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다.새만금 간척사업에 관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사업완료후 쌀 증산 1% 불과.

새만금 갯벌 개발론자들은 식량자급률이 터무니없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갯벌을 메워 쌀과 같은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농산물 개방 등 농업여건이 열악해짐에 따라 우리나라의 식량문제가 점점 더 위기로 치닫고있는 상황에서 식량 자급을 위한 국가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그러나 식량문제는 새만금 갯벌을 간척하고 매립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첫째,농업기반공사는 앞으로 매년 3만㏊가량의 농경지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새만금 간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새만금 간척사업은 20년 동안 3만㏊가 채 안되는 농경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농경지 유실을 막고 식량 생산에 필요한 농경지를 확보하는 방안은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얼마 전건설교통부가 준농림지 난(亂)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계획,후개발’이란 계획을 발표했을 때,농림부는 계획대로 된다면 약 70만㏊의 준농림지가 농경지로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환영했다.이 면적은 새만금을 간척해서 생기는 농경지 면적의 25배나 된다.따라서 농림부가 진정으로 농경지 확보를 위한다면 20년 동안 수조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갯벌 매립보다는난개발 방지에 힘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둘째,새만금 갯벌을 메워서 생산될 수 있는 쌀의 양이 국내 소비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따라서 새만금 갯벌 간척이 식량안보와 직결된다는 개발론자의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터무니없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식량문제가 중요하지만 20년 동안 1%의변화를 위해 세계적인 생태적 중요성을 인정받는 갯벌을 파괴한다는것은 단적으로 말해 다른 대안에 대해 창조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주장은 쌀과 같은 탄수화물 가치만을 중요시한 채수산물의 60% 가량을 생산하는 갯벌의 다양한 단백질 가치를 평가절하한 측면이 매우 크다.최근 납이 든 꽃게,물을 먹인 복어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그런데 이는 수입 개방과 면역체계의 미비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한편으로 갯벌의 파괴와 해양 오염으로인해 국내 생산량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만금 갯벌을 메우는 것은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오히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최소 3조원이 넘는 혈세낭비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 양장일 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국장.

* 여의도 130배 농경지 새로 조성.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같은 환경단체는 간척사업으로 조성되는새만금호의 수질오염 확산을 막고 갯벌을 보존하기 위해 새만금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과거처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내세워 개발 우선론을펼치던 시대가 아니다.개발과 보존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새만금 사업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로 미래의 식량위기에 대비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은 반면 국토의 60%가 산지로 구성돼 농경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욱이 2차,3차 산업의 발달로 농경지가 매년 3만㏊씩 감소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30%밖에 되지 않아 식생활의 70%를 수입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이나 국제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는 세계인구의증가로 말미암아 21세기의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량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농경지를 조성해야 하는데 산간지 개발보다는 간척사업이 효과적이라 생각된다.새만금 사업이 완공되면 여의도 면적의 130배가 되는 농경지가 새로 조성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전라북도 도민 전체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양이다.미래의 식량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커다란 유산이다.

둘째로는 새만금 사업으로 갯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우리나라 서해연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퇴적물의 공급이 원활한 곳이다.간척사업 이후에도 새로운 갯벌이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셋째로는 새만금 사업의 중단이 곧 환경파괴라는 사실이다.

새만금 사업은 지난해까지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해 방조제 총 33㎞ 중 59%에 달하는 19㎞를 막았다.여기에 투입된 토석량이 약 1,784만㎥로 400만㎥짜리 야산 4.5개의 분량이다.

이 시점에서 공사를 중단하면 방조제 공사로 들어간 토석량이 파도나 해일 등으로 인해 인근 해역으로 유실되고 이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는 등 인위적인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국익을 위한 국책사업이다.정부측이나 환경단체는 개발이냐 아니면 보전이냐 하는 일방적인 주장만을 내세울 것이아니라,환경과 개발을 조화시킬 수 있는 대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이정재 서울대교수 생물자원공학부
2000-08-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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