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향장기수 조용히 떠나야

[사설] 비전향장기수 조용히 떠나야

입력 2000-08-23 00:00
수정 200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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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전향 장기수 가족과 전향자 가운데 북송을 희망하는 사람을 북으로 함께 보내달라고주장하고 나왔다.한마디로 말해서 이들의 주장은 너무도 터무니가 없는 주장이다.

비전향 장기수 62명의 송환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인도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에 의해 이뤄지는일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장기수 송환과 관련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송환하라는 요구가 드높은 실정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이들의 북송을 국군포로나 납북자 송환과 직접 연계하지 않는것을 양해하고 있다.이들의 송환이 남북 화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기대와 함께,이들이 30년 혹은 40년 넘게 감옥생활을 한 고령의 노인층이라는 사실도 작용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비전향 장기수 북송은 그들의 권리가 아니라 정부의 배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또한 ‘비전향 장기수’는 문자 그대로 전향을 하지 않은 장기수를 말한다.그 가족이나 전향자는당연히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그리고 개념규정과 그 적용은 정부당국이 하는 것이지 송환추진위가 하는 게 아니다.장기수들은 무리한 주장을 하지 말고 조용히 떠나기 바란다.무리한 주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송이 이뤄지는 마당에 이제는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를 북측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은 21일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29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장관급회담에서 의제 중 하나로 다룰 것이며,최선을 다해 성과를 얻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다룬다는 종전의 방침을 바꿔 장관급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북한이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데다 6·25전쟁 후 북한에 잔류한 국군포로의 경우 대개 북측에서 가정을 이룬 ‘생활정착형’이다.하지만 납북자의 경우는 대부분 타의에 의해 북한에 남아있다.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의 ‘남송(南送)’의사 여부는 국제적십자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가 비전향 장기수들을 ‘특수 이산가족’으로 분류해서 송환하는만큼 국군포로와 납북자에 대해서도 같은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정부는 이들의 송환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설득하는 한편 국제여론 조성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이 문제는 지난한 문제인만큼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또한 이 문제를 정쟁거리로 삼는 일이있어서도 안된다.
2000-08-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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