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안법 개정 서둘러야

[사설] 보안법 개정 서둘러야

입력 2000-07-10 00:00
수정 2000-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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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동(李漢東)총리가 지난 5일 국회 국정보고에서 “국가보안법은 남북간의 정세 변화를 감안해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개정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도7일 국회연설에서 ‘냉전시대의 산물’인 보안법의 재검토 의지를 천명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대치와 갈등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교류 증대 쪽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도 남북관계의 변화에 걸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데에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마저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마당이다.

다만 보안법의 개·폐문제와 관련해서 폐지론과 대체 입법론,대폭 개정론과부분 개정론이 엇갈려 왔을 뿐이다.이 총리의 발언을 보면 정부가 부분 개정론을 선택한 것 같다.‘현행 보안법 고수’를 주장하는 보수층의 목소리가완강한 마당인지라 전면 폐지나 대체 입법이 불러올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어차피 정부와 여당이 보안법 부분 개정으로 방침을 정했다면문제조항들의 개정을 ‘검토’만 할 게 아니라 개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그동안 논란을통해 쟁점들이 드러나 있고 개정 방향에 대해서도 일정한 결론이 나와 있다고 본다.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록 부분 개정이라 하더라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은 물론 남북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조항을 말끔하게 정리하라는 것이다.

현행 보안법 가운데 문제조항으로 맨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한 제2조다.이는 북한을 ‘교류 협력 대상’으로 규정한 남북교류협력법과 충돌된다.이 조항의 개정문제는 적화통일을 규정하고 있는북한 노동당 규약과 남한을 적대시하는 북한 형법과 연계돼 있다.따라서 북쪽에 대해 상호주의를 주장할 수도 있다.그러나 우리가 먼저 이 조항을 개정한 다음 북쪽에 대해 노동당 규약과 형법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밖에도 보안법 가운데는 문제가 되는 조항이 많다.제7조(찬양·고무죄)가 인권 침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며 유엔 인권위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거듭 받아왔다.8조(회합·통신죄)는 법적통일성이 결여돼 있으며,10조(불고지죄)는 ‘부작위의 자유’를 침해한다.일반범죄 피의자와 달리 보안법 위반 사범에 대해서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 19조는 명백한 인권 침해다.마땅히 고쳐야 한다.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법은 법으로서의 생명을 잃게 마련이다.보안법이 법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독소조항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2000-07-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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