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문신 5주기 추모전

조각가 문신 5주기 추모전

입력 2000-07-01 00:00
수정 200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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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생명의 운율을 시각화한 조각가’ 문신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5년째.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는 그의 5주기를 맞아 추모전이 열리고있다.7월 16일까지.

일본에서 양화를 전공했던 고희동이나 김용준 등이 서양화에서 한국화로 ‘전향’한 예는 있지만 한국미술사상 화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굳힌 이가 조각가로 다시 활동한 것은 드문 일이다.문신은 조각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회화로 미술인생을 시작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뿐 아니라 드로잉과 유화도10점 가량 나와 있어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문신은 일제 강점기인 1923년,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16세가 되던 해 일본으로 밀항해 동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운 그는 8·15해방이 되자 돌아와 한국전쟁 중에도 두차례 전시를 여는 등 맹렬한활동을 펼쳤다. 그의 예술세계에 전기가 된 것은 1960년대 프랑스 체류경험.

마흔이 다 돼 파리로 건너간 그는 추상미술에 빠져들었다.조각으로 선회하게된 것은 호구지책으로 16세기 고성 수리를맡았던 게 인연이 됐다. 지붕수리,미장,석공,목공,장식 등 온갖 일을 다했다.문신은 언젠가 “나는 그때 조각이라는 천업(賤業)을 발굴하게 됐다”고 술회한 바 있다.몸의 작업보다는 개념에 경도돼 있는 현대조각의 가벼움을 떠올릴 때 그의 장인정신은 한층 빛난다.

문신 조각의 핵심은 균제미다.마치 곤충을 연상케하는 완벽한 형태의 좌우대칭을 그는 평생 화두로 삼았다.그가 주로 사용한 재료는 흑단과 주목.특히물에 가라앉을 정도로 재질이 단단하고 광택이 뛰어난 흑단을 좋아했다.문신의 드로잉은 조각작품을 읽어낼 수 있는 유력한 코드다.이번에 선보인 드로잉은 그가 프랑스 파리에 재정착한 67년에서 95년 타계하던 해까지 그린 것들이다.문신의 드로잉이 조각을 위한 개념도 수준을 넘어 하나의 회화작품으로 인식되는 것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선 덕분이다.한편 깊이감이 돋보이는 유화 ‘빠레트’(1947)는 문신의 전반기 미술활동을 짐작케 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02)736-1020.

김종면기자
2000-07-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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