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청춘예찬’

연극 리뷰/ ‘청춘예찬’

이순녀 기자 기자
입력 2000-06-20 00:00
수정 2000-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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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청춘을 거치지만 모든 청춘(靑春)이 푸른 봄빛을 띠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색빛 절망에 갇혀 스스로를 할퀴고 상처내는 젊음도 적지않다.극단동숭무대의 ‘청춘예찬’(박근형 작·연출)에 등장하는 주인공 ‘청년’과그의 친구들도 너무 일찍 세상에 발목잡혀 어두운 그늘속에 숨어버린 남루한청춘들이다.

4년째 고교 2년생 딱지를 달고 있는 ‘청년’(박해일)은 학교엔 별 관심없이술담배로 나날을 보낸다.집에 돌아와서는 이혼한 늙은 아버지에게 ‘집에서놀지말고 노가다라도 좀 뛰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청년의 친구 용필은 감방에 있는 아버지를 일본의 야쿠자라고 거짓말하고,패거리 여자친구는 잘못을 저지른 동료의 손톱을 뽑아버리겠다고 위협한다.

어린 나이에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청년에 비해 청년 주변의 어른들은 마치아이같아 보인다.아내에게 염산을 던져 눈을 멀게한 청년의 아버지는 때때로이혼한 아내를 찾아가 용돈을 타쓰고,청년을 훈계하던 담임교사는 ‘여긴재수가 없어’라며 훌쩍 뉴질랜드로 떠난다.청년이 다방에서 만난다섯살 연상의 여종업원은 뚱뚱하고 못생긴 얼굴에 간질병을 앓고 있다.

연극은 초라하고,궁상맞고,그래서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등장인물들에게 관객들이 섣부른 연민을 갖지 않게끔 장치했다.검은 계단만이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앙상한 무대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 지리멸렬한 인생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목에 힘주지않고,호들갑 떨지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런 청춘은 예찬받을 자격이 없는가’고 관객에게 나지막이 묻는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미덕은 무대 정면에 온통 반짝이는 별을 달아 희망을 암시한결말부분에서 빛이 바랜 느낌이다.주인공들이 신산한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근거없이 제시하는 희망은 어쩐지 맥이 빠져보인다.

지난해 4월 혜화동1번지에서 초연돼 동아연극상,백상예술대상,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연극’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7월30일까지.강강술래소극장.(02)764-8760이순녀기자
2000-06-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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