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을 즈음해 물꼬가 터진 남북한 문화교류의 동선(動線)이 기대치를넘고 있다.소년예술단,평양교예단 서울공연에 이어 영화,방송,출판,가요 등전방위에서 교류열기는 상승효과를 타고 있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최근 ‘남북 문화소통’ 작업의 추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쪽은무엇보다 대중문화부문이다.당장,지난달 말 정부로부터 극장상영 허가를 받은 북한영화 ‘불가사리’는 다음달쯤 일반에 선보인다.‘불가사리’의 극장·비디오 판권을 보유한 고려미디어(대표 반대규)측은 “여름방학시즌에 맞춰 개봉해 북한영화의 시장성을 타진해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간 수입업체쪽에서는 모처럼 활기가 돈다.NS21엔터프라이즈(대표 김보애)도 ‘홍길동’ ‘꽃파는 처녀’ ‘돌아오지 않는 밀사’ 등에 대해 비디오출시 및 극장상영 허가신청을 조만간 낼 계획이다.
현재 북한과의 직거래로 국내에 수입돼 있는 북한영상물은 18편.35㎜ 영화 13편,만화영화 2편,그외 금강산 기록영화와 의학관련 영상물 등이 3편이다.이들중 일부가 TV방영됐을 뿐,대부분은 일반상영과 판매·대여가 금지돼 있어꼼짝없이 묶여있었다.
대중가요의 교류 또한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두차례 남북 대중가수들이 화음을 이루어낸 데 이어 이달초에는 귀순자안혁씨가 제작한 남한출신 ‘통일소녀’ 길정화의 ‘휘파람’ 음반이 처음으로 발매됐다.이젠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모르거나 곡조는 예외로 하더라도 ‘휘파람’이란 북한 노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수상한 사람’취급받는 세상이 됐다.북한에서도 제3국에서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남한 노래 ‘사랑의 미로’나 ‘그때 그 사람’을 흥얼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한다.
한국가수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북측과 접촉,북한 가요를 국내 음반에 수록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문화교류의 첫 출발은 이처럼 ‘쾌속’으로 진행중이다.그러나 교류사업이 일시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사안들이 많다는 게업계의 지적이다.
앞으로 북한 영상물 반입이 가속화될 경우,무엇보다 중복구입으로 인한 국내수입사간 판권분쟁이 간단찮은 문제로 대두될 조짐이다. 그 불씨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온달전’ ‘사랑사랑 내사랑’ ‘홍길동’ ‘림꺽정’ 등 인기작들은 십중팔구 판권다툼의 소지를 떠안고 있다.‘온달전’과 ‘사랑사랑내사랑’을 각각 수입해둔 NS21엔터프라이즈와 IMS는 실제로 판권소송에 들어가 있다.
북한내 영상물 교역 담당기관은 조선영화수출입사,목란비데오회사,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 3곳.북한측 영상물 교역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처럼 국내 수입사들이 개별거래를 계속한다면 중복계약으로 인한판권싸움은 불가피한 셈이다.
향후 저작권 분쟁도 마찬가지.북한이 베른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이상은 관련분쟁이 일어나도 국제관계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리 정책의 미비점도 점검사안으로 꼽힌다.현재 북한영상물의 국내 수입창구도 통일부와 문화관광부로 이원화돼 있는 상태다.같은 작품이라도 통일부의 승인(직거래)을 받으면 무관세로 들어오지만,문화부의 추천(제3국경유)을 받을 때는 일반수입품처럼 각종 세금이 부과된다.향후 남북간 원활한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정책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 문화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정보의 부재도 지적된다.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북한의 천재화가 김관호 작품의 위작시비도 철저히 민간에 내맡겨진 남북교류의 현주소를 반증한다.
당장 물꼬는 텄지만,참된 의미의 남북문화교류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최근 남북영상물 교류현황을 조사한 한국방송진흥원의 이우승 책임연구원은 “다매체 시대에 진정한 문화교류는 TV가 아닌 경로로도 다양하게 접할수 있어야 하며,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쪽 작품도 북에서 선보일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지금까지 민간 차원의 제한적 교류를 뛰어넘어제도적 차원의 상호 교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큰 분위기다.
황수정기자 sih@.
* NS21 엔터프라이즈 김보애 대표 인터뷰.
NS21엔터프라이즈 김보애 대표(61)는 지난 10일까지 ‘평양교예단 서울공연추진위원장’이란 직함을 하나 더 달고 있었다.“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성황리에 치러내 무척 기쁘다”는 그는 북한영상물 국내 반입의 최일선에서 뛰어온 인물이기도 하다.다음달 국내 최초로 극장상영될 북한영화 ‘불가사리’도 그가 들여왔다.
■문화교류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기획사를 차려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매달린 게 5년전이다.그때만 해도 이처럼 빨리 성과를 보게 될 줄은 예상못했다.평양교예단 공연도 2년전부터 추진해온 일이었다.뜻밖에 남북정상회담과 때를 맞춰 무대가 더 빛났다고 생각된다.
■남북합작영화가 조만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안다.
평양교예단 공연이 끝나는대로 통일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기로 돼있다.이번 공연때도 조선아·태평화위 관계자들과 밀착동행하며 그 일을 조율했다.
남북합작영화 1호가 될 ‘아리랑’은 올 가을 남북 로케이션을 전제로 크랭크인된다.한솔과 K-TV가 이미 투자자로 결정돼 있다.
■남북 대중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북한영화 편당 수입단가는 3,600만∼1억2,000만원이다. 극장상영이나 비디오 배포없이 지금처럼 공중파 방송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태도로는 교류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불가사리’를 계기로 많은 영화들이 다양한 경로로 일반에 선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
황수정 기자
그중에서도 최근 ‘남북 문화소통’ 작업의 추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쪽은무엇보다 대중문화부문이다.당장,지난달 말 정부로부터 극장상영 허가를 받은 북한영화 ‘불가사리’는 다음달쯤 일반에 선보인다.‘불가사리’의 극장·비디오 판권을 보유한 고려미디어(대표 반대규)측은 “여름방학시즌에 맞춰 개봉해 북한영화의 시장성을 타진해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간 수입업체쪽에서는 모처럼 활기가 돈다.NS21엔터프라이즈(대표 김보애)도 ‘홍길동’ ‘꽃파는 처녀’ ‘돌아오지 않는 밀사’ 등에 대해 비디오출시 및 극장상영 허가신청을 조만간 낼 계획이다.
현재 북한과의 직거래로 국내에 수입돼 있는 북한영상물은 18편.35㎜ 영화 13편,만화영화 2편,그외 금강산 기록영화와 의학관련 영상물 등이 3편이다.이들중 일부가 TV방영됐을 뿐,대부분은 일반상영과 판매·대여가 금지돼 있어꼼짝없이 묶여있었다.
대중가요의 교류 또한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두차례 남북 대중가수들이 화음을 이루어낸 데 이어 이달초에는 귀순자안혁씨가 제작한 남한출신 ‘통일소녀’ 길정화의 ‘휘파람’ 음반이 처음으로 발매됐다.이젠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모르거나 곡조는 예외로 하더라도 ‘휘파람’이란 북한 노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수상한 사람’취급받는 세상이 됐다.북한에서도 제3국에서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남한 노래 ‘사랑의 미로’나 ‘그때 그 사람’을 흥얼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한다.
한국가수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북측과 접촉,북한 가요를 국내 음반에 수록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문화교류의 첫 출발은 이처럼 ‘쾌속’으로 진행중이다.그러나 교류사업이 일시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사안들이 많다는 게업계의 지적이다.
앞으로 북한 영상물 반입이 가속화될 경우,무엇보다 중복구입으로 인한 국내수입사간 판권분쟁이 간단찮은 문제로 대두될 조짐이다. 그 불씨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온달전’ ‘사랑사랑 내사랑’ ‘홍길동’ ‘림꺽정’ 등 인기작들은 십중팔구 판권다툼의 소지를 떠안고 있다.‘온달전’과 ‘사랑사랑내사랑’을 각각 수입해둔 NS21엔터프라이즈와 IMS는 실제로 판권소송에 들어가 있다.
북한내 영상물 교역 담당기관은 조선영화수출입사,목란비데오회사,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 3곳.북한측 영상물 교역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처럼 국내 수입사들이 개별거래를 계속한다면 중복계약으로 인한판권싸움은 불가피한 셈이다.
향후 저작권 분쟁도 마찬가지.북한이 베른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이상은 관련분쟁이 일어나도 국제관계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리 정책의 미비점도 점검사안으로 꼽힌다.현재 북한영상물의 국내 수입창구도 통일부와 문화관광부로 이원화돼 있는 상태다.같은 작품이라도 통일부의 승인(직거래)을 받으면 무관세로 들어오지만,문화부의 추천(제3국경유)을 받을 때는 일반수입품처럼 각종 세금이 부과된다.향후 남북간 원활한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정책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 문화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정보의 부재도 지적된다.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북한의 천재화가 김관호 작품의 위작시비도 철저히 민간에 내맡겨진 남북교류의 현주소를 반증한다.
당장 물꼬는 텄지만,참된 의미의 남북문화교류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최근 남북영상물 교류현황을 조사한 한국방송진흥원의 이우승 책임연구원은 “다매체 시대에 진정한 문화교류는 TV가 아닌 경로로도 다양하게 접할수 있어야 하며,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쪽 작품도 북에서 선보일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지금까지 민간 차원의 제한적 교류를 뛰어넘어제도적 차원의 상호 교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큰 분위기다.
황수정기자 sih@.
* NS21 엔터프라이즈 김보애 대표 인터뷰.
NS21엔터프라이즈 김보애 대표(61)는 지난 10일까지 ‘평양교예단 서울공연추진위원장’이란 직함을 하나 더 달고 있었다.“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성황리에 치러내 무척 기쁘다”는 그는 북한영상물 국내 반입의 최일선에서 뛰어온 인물이기도 하다.다음달 국내 최초로 극장상영될 북한영화 ‘불가사리’도 그가 들여왔다.
■문화교류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기획사를 차려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매달린 게 5년전이다.그때만 해도 이처럼 빨리 성과를 보게 될 줄은 예상못했다.평양교예단 공연도 2년전부터 추진해온 일이었다.뜻밖에 남북정상회담과 때를 맞춰 무대가 더 빛났다고 생각된다.
■남북합작영화가 조만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안다.
평양교예단 공연이 끝나는대로 통일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기로 돼있다.이번 공연때도 조선아·태평화위 관계자들과 밀착동행하며 그 일을 조율했다.
남북합작영화 1호가 될 ‘아리랑’은 올 가을 남북 로케이션을 전제로 크랭크인된다.한솔과 K-TV가 이미 투자자로 결정돼 있다.
■남북 대중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북한영화 편당 수입단가는 3,600만∼1억2,000만원이다. 극장상영이나 비디오 배포없이 지금처럼 공중파 방송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태도로는 교류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불가사리’를 계기로 많은 영화들이 다양한 경로로 일반에 선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
황수정 기자
2000-06-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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