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사회지도층의 도덕 불감증

[대한포럼] 사회지도층의 도덕 불감증

이기백 기자 기자
입력 2000-05-31 00:00
수정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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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의혹과 비리로 시끄럽던 사건들이 수그러드나 했더니 그 뒤를 이어 이번엔 ‘술파티’,‘성추행’ 사건으로 사회가 어지럽다.그것도 주인공들이기대를 걸었던 신인정치인과 고위 관리·공직자,교수,시민운동가 등 우리사회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이 크다.아니 환멸감까지 겹쳐오는듯하다.우리사회의 도덕성이 총체적으로 난기류를 타고 끝을 모르는채 추락하는 느낌이다.

정치인과 고위관리의 ‘술파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못한 도덕성이다.우리사회의 남성 술문화 관행상 서로 어울리면 술도 마시고여종업원의 시중속에 노래 부르는 모습은 흔히 볼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이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5·18전야’라는 시점과 ‘광주’라는 장소에 있다.

20년전 민주화를 위해 싸운 기념일에 항쟁의 현장에서 벌인 술판은 상식이하의 추태가 아닐 수 없다.민주투사들의 뜻을 이어 정치개혁의 소임을 다짐해야 할 정치신인에 대한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백수십명이희생된 기념일에 참배를마치고 룸살롱을 찾은 고위각료의 행동도 분별없기는 마찬가지다.범인(凡人)이라도 뜻 깊은 날,성스러운 장소에서는 가무를 삼가고 옷깃을 여미고 마음의 다짐을 새로이 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이다.

시도 때도 없이 꼬리를 무는 사회지도층의 성추행사건은 더욱 가관이다.미성년 여대생 성추행혐의로 구속된 시민운동가,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사퇴압력을 받는 국책연구원장,여조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교수 등 사회지도층의 도덕성일탈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또 청렴이 생명인 시민단체의 지방간부가 특정후보의 낙선운동을 미끼로 거액을 챙긴 수뢰혐의 사건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도덕성 붕괴’의 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도덕성은 국가 경쟁력이다.도덕성이 결여된 공동체는 부패한 사회이며 부패한 사회는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 살아 남을 수 없기 마련이다.다원화 사회에서 공동체를 통합하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도덕성이며 도덕성을바탕으로 한 사회통합 없이는 경제·안보문제는 물론 계층간의 갈등해소를기대할 수 없다.이어려운 시기에 모범을 보여도 부족한 사회지도층이 보여준 일련의 비도덕적 행태는 그래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사안이 더욱 심각한 것은 부도덕성 불감증 현상이다.비도덕적 행태가 요즘노출된 일부 지도층인사만의 문제인가는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이다.최근 충격을 준 부모살해,가정해체현상,직장 성희롱만연등은 우리 사회의 위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가부장제도가 무너지고 여성과 자녀의 자의식이높아지고 있음에도 가정과 직장에서 자녀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아 부도덕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지도층인사들의 부도덕성은 말로만 도덕성을 외치고 의식은권위주의를 버리지 못한 이중성에 기인한다.그들이 외치는 ‘정치개혁’이나 ‘사회정의’가 행동과 일치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도덕성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영원한 공염불에 불과하다.‘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돌본뒤 나라와 세상을 다스린다(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옛말이 오늘날 우리사회지도층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차례 위기를 넘기고 국란을 극복해 왔으며 지금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가장 위험한 것은도덕성의 해이다.어떠한 위기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사회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이다.

최근 잇따라 돌출되고 있는 각계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불감증도 우리사회에깊게 퍼진 병리현상의 결과이다.문제가 된 당사자들은 물론 사회지도층은 해명과 변명으로 문제를 봉합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자신을 반성하고 행동으로보여야 할 것이다.

이기백 논설위원kbl@
2000-05-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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