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실체/ 그들은 누구인가

로비스트 실체/ 그들은 누구인가

박홍환 기자 기자
입력 2000-05-12 00:00
수정 200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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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필요악인가.

우리나라의 대형 사업 뒤에는 로비 의혹이 꼬리를 문다.무기 로비스트 린다김이 백두사업과 관련해 돈과 몸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데 이어 경부고속전철 차량 선정에도 거액의 로비자금이 정·관계에 흘러들었다는 의혹이 제기,세상이 온통 로비로 물든 듯하다.

이는 한마디로 우리의 정책결정 과정이 선진국에 비해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 로비의 실태와 외국의 사례,로비의 양성화방안 등을 조명한다. 백두사업 로비 의혹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린다 김(47·한국명 김귀옥)은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로비스트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로비는구매자에게 제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늘 의회의 로비에 드나들면서 특정 단체·그룹의 이해를 대표하여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미국에서 로비스트의 사전적 풀이다.‘미국’에서 전문 지식과 지명도를 배경으로 의회입법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는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같은 로비스트의 이미지는 태평양을 넘어 한반도로 건너오면 전혀엉뚱하게 변질된다.국내에서 로비스트는 각종 사업이나 사건의 처리 과정에개입해 ‘을’과 ‘갑’의 관계를 터주면서 ‘을’의 뜻한 바를 성취시키는‘브로커’에 가깝다.린다 김이 그렇고,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의혹사건의주범 최만석씨(59)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한국형 로비’에는 ‘술과 여자,그리고 돈’이 부수적으로 끼어든다.‘악취’가 풍길 수밖에 없다.사회적으로 떠들썩한 사건이나 사업자 결정 등에는 항상 로비스트의 개입과 돈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도 ‘로비 만능주의’ 풍조가 팽배해 있다.도저히 안되는 일도 로비를 하면 해결되는 풍조가 해방 이후 50년 이상 지속돼 왔다.

손만 잘 쓰면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따낼 수 있고 은행 돈을 안방 돈처럼 꺼내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큰 죄를 짓고도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일반국민부터 기업인,고위 공직자까지 퍼져 있다.우리 사회만이 갖고 있는‘기형적 로비문화’다.

지난해 옷 로비사건과 관련,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무시하지 못할 사람들을 동원해 신동아그룹 최원석 회장 선처를 부탁했다”고 말해 대통령에까지 로비의 손길이 미쳤음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처럼 법적으로 등록된 로비스트나 로비스트 회사가 합법적으로 로비를 하는 게 아니라 ‘무면허’ 로비스트가 판치고 있다.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사람들과 지연·학연·혈연 등의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음성적인 로비스트로 나서는 ‘얼굴 장사’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정작 중요한 국가적 이익을 다루는 외국 업체와의 계약 등에서는 전문성으로 무장한 외국의 로비스트들에게 ‘백전백패’하고 있다.국내시장은 이미 외국 로비스트들의 각축장이 돼버렸다.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전직 대통령까지 로비스트로 채용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로비 행태는 밀실에서 돈을 주고받는 수준에서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리스트증후군’이 확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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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기자 stinger@
2000-05-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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