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한반도를 보는 美·中의 시각

[오늘의 눈] 한반도를 보는 美·中의 시각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2000-05-09 00:00
수정 2000-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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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광화문 중앙청사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 각축장’이 된 하루였다.

7일 방한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자문관 일행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청사 8층 회의실에서 장재룡(張在龍)차관보 등 외교부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댄 채한반도 현안을 숙의했다.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7층 공보관실에선 주방자오(朱邦造)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우리측 이남수(李南洙)대변인이 양국 현안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부들이 같은 시각,위 아래층에서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것은 앞으로 몰아칠 ‘한반도 격류’를 예고라도 하는 듯 ‘의미심장’하게비쳤다.

미국과 중국은 6·25 이후 한반도에서 남북한을 상대로 가장 큰 영향력을행사해온 강대국들이다.연장선상에서 소련 붕괴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를이어가려는 미국과 새로운 세계강자를 꿈꾸는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주 대변인은 방한 직전 북한을 찾아 그곳 기류를 탐색했고 셔먼 자문관은조만간 중국과 일본을 연쇄 순방할 계획이다.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이 주변 정세에 어느 정도 민감한지를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반도를 교두보로 삼아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세계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최근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이 “한반도에서 미국은 조역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이처럼 미·중 양국은 자신들의 국익이 투영된 세계전략에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당장 한반도 평화정착과 냉전해체라는 ‘총론’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틀어질 경우 언제 갈등과 반목의 사이로 돌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앞으로의 한반도 4강 외교에 대해 YS정권의 외교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 같다.허장성세와 무원칙한 외교정책으로 인해 한·미,한·일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던 과거를 잊지 말아야한다.실익과 명분의 균형 감각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최대의국익을 추구하는 ‘외교곡예’가 지금부터 본격화되는 느낌이다.

[오 일 만 정치팀기자]oilman@
2000-05-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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