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탤런트와 빵집주인

[외언내언] 탤런트와 빵집주인

이기백 기자 기자
입력 2000-05-06 00:00
수정 2000-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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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푸르고나 우리들은 자란다…’어린이날 노래는 이제 노인세대라도어려서 몇번쯤 불러 본, 가장 오래된 가락이 됐다.78회 어린이 날을 맞아 5일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그 의미를 되새겼다.어린이 헌장은 ‘대한민국모든 어린이가 차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사람으로 존중되며,바르고 아름답게 씩씩하게 자라도록 해야한다’고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어린이날 기원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3·1운동후 어린이들의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1923년 천도교 소년협회가 중심이 돼소파 방정환선생의 지도로 5월1일이 어린이 날로 정해졌다.그후 1927년 5월첫째 일요일로 변경돼 해를 거듭할수록 민족정신고취 행사로 자리잡자 조선총독부가 39년 이를 폐지했다.

광복후 어린이 날에 대한 의미가 되살아나 46년부터 5월5일이 기념일이 되었으며 57년 2월 동화작가협회 이름으로 어린이 헌장이 제정됐다.당시 헌장전문은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 나갈 새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헌장은 88년 시대변화에 맞게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민족의 이같은 수난사를 반영하듯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이 과거에는 대통령과 장관·장군·판사 등으로 권위적 직업을 선호했으나 요즘은 현실로눈을 돌리고 있어 흥미롭다.어린이날을 앞두고 한 대학교수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탤런트·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25%로 1위를 차지했고 부자(20,5%),사회사업(18%)이 뒤를 이었다.대통령과 장관은 10위(7%)로마지막 순위였다.어렵고 배고프던 시절과 대의명분에서 벗어나 인간을 위한,자신을 위한 직업관이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다이이치(第一)상호보험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희망조사’에서는 남자 1위는 목수이고 다음으로 인기 운동선수·경찰관·구조대원 순이었다.여자는 빵집주인이 3년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꽃집주인·선생님·미용사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의식이 현실적으로 변하고있지만 일본어린이 보다는공익적인 성향이다.나라 잃은 어린이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못배우고 천대받던 시절 어린이를 올바르게 기르는 일이 나라를 되찾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어린이날 정신은 귀중한 경험이었다.21세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아나라의 번영과 민족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건실한 어린이들이건강한 사회의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어린이날의 정신이 기념일만의 행사가되지 않도록 쉼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는 공동체가 희망있는 사회이다.



李基伯 논설위원 kbl@
2000-05-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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