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불의 발견을 통하여 비로소 찬란한 문명을 만들고 유지시킬 수 있었다.그러나,동전의 양면과 같이 불 또한 창조성 이면에 소멸성을 지니고 있어종종 우리네 삶의 터전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불의 양면성 중에서 부정적인 측면인 불의 재앙,즉 ‘화재(火災)’를 소재로 한 설치미술전이열려 그곳에 가 보았다.
지난달 말까지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열린 작가 임영선의 설치미술 ‘천사의 방’(Room of Angel)이다.이 작품은 10여개월전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 화재참사’와 작가 본인의 작업실이 화재로소실된 비극적 상황을 연계하여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제1전시실의 어두운 조명과 음산한 소리,불에 타다 남은 갖가지 잔해들,흉하게 일그러진 두상(頭像)들은 마치 ‘공포의 방’을 연상케 했다.이 방은화재로 전소해버린 작가의 작업실 현장을 그대로 옮겨와 작품화한 것인데 화재의 참혹성과 그 파괴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제2전시실에는 ‘천사의 손’이라는 주제로 씨랜드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 17명의 두상을 실리콘으로 만들어 글리세린으로 채운 유리상자 속에 넣고,그 밑의 스피커를 통해 아이들을 그리는 가족들의 음성이 흘러나오도록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방 전체가 어두운 가운데 오직 아이들의 모습만이 빛을 받으며 부유하여 천사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제3전시실에서는 ‘천사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의 생전의 모습을 소형 TV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는데,밝게 뛰노는 천진난만한 그 모습을 보며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가슴이 저미었는지 모른다.
화재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개인의 비극적 경험과 사회적 사건을 연결시켜 예술로 구현한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 수련원 화재시 아이들이 겪었을 그 끔찍한 고통과 아이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부모들의 울부짖음이 떠올라 마음이 매우 착잡하였다.
이번 전시작품은 안전에 둔감하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성세대에게 강력한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목전의 이익에 눈이 멀어 부실공사를하고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관계공무원의 무책임에 의해 초래된 비극적 참사를 생명중심의 관점에서 재현하여 참사의 주범인 어른들에게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사회정화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화재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있다.
우리는 지금 대망의 2000년대에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선진국의 척도는 물질적 풍요 이상으로 사회의 기본질서와 국민 개개인의삶의 질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한다.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우리의 현실은어떠한가.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연이은 화성 씨랜드 및 인천 호프집 화재와 같은 대형참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 어른들은 반성해야 한다.씨랜드의 어린 천사들의 묵시에 따라 그무엇보다도 안전한 사회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그것만이 어처구니 없게희생된 어린 천사들을 위로하는 길이며,선진국으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딛는것이다.
아픔을 되새기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협조해 준 유족과 어려운 여건에서도 훌륭한 작품을 완성해 낸 작가,이런 공익적인 전시회를 기획한 미술관 측에 관람자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며,세상을 짧게 살다간 어린 천사들의 명복을 빈다.
오상현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지난달 말까지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열린 작가 임영선의 설치미술 ‘천사의 방’(Room of Angel)이다.이 작품은 10여개월전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 화재참사’와 작가 본인의 작업실이 화재로소실된 비극적 상황을 연계하여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제1전시실의 어두운 조명과 음산한 소리,불에 타다 남은 갖가지 잔해들,흉하게 일그러진 두상(頭像)들은 마치 ‘공포의 방’을 연상케 했다.이 방은화재로 전소해버린 작가의 작업실 현장을 그대로 옮겨와 작품화한 것인데 화재의 참혹성과 그 파괴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제2전시실에는 ‘천사의 손’이라는 주제로 씨랜드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 17명의 두상을 실리콘으로 만들어 글리세린으로 채운 유리상자 속에 넣고,그 밑의 스피커를 통해 아이들을 그리는 가족들의 음성이 흘러나오도록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방 전체가 어두운 가운데 오직 아이들의 모습만이 빛을 받으며 부유하여 천사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제3전시실에서는 ‘천사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의 생전의 모습을 소형 TV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는데,밝게 뛰노는 천진난만한 그 모습을 보며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가슴이 저미었는지 모른다.
화재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개인의 비극적 경험과 사회적 사건을 연결시켜 예술로 구현한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 수련원 화재시 아이들이 겪었을 그 끔찍한 고통과 아이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부모들의 울부짖음이 떠올라 마음이 매우 착잡하였다.
이번 전시작품은 안전에 둔감하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성세대에게 강력한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목전의 이익에 눈이 멀어 부실공사를하고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관계공무원의 무책임에 의해 초래된 비극적 참사를 생명중심의 관점에서 재현하여 참사의 주범인 어른들에게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사회정화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화재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있다.
우리는 지금 대망의 2000년대에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선진국의 척도는 물질적 풍요 이상으로 사회의 기본질서와 국민 개개인의삶의 질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한다.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우리의 현실은어떠한가.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연이은 화성 씨랜드 및 인천 호프집 화재와 같은 대형참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 어른들은 반성해야 한다.씨랜드의 어린 천사들의 묵시에 따라 그무엇보다도 안전한 사회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그것만이 어처구니 없게희생된 어린 천사들을 위로하는 길이며,선진국으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딛는것이다.
아픔을 되새기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협조해 준 유족과 어려운 여건에서도 훌륭한 작품을 완성해 낸 작가,이런 공익적인 전시회를 기획한 미술관 측에 관람자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며,세상을 짧게 살다간 어린 천사들의 명복을 빈다.
오상현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2000-05-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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