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재외공관 기강 위험수위

[오늘의 눈] 재외공관 기강 위험수위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2000-05-03 00:00
수정 200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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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말이 있다.부하들이 아무리 우수해도 장수가 훌륭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오합지졸’로 변할수 있다는 경계의의미가 담겨있다.

최근 일부 재외공관장의 불미스런 행태를 보게되면 그동안 내부적으로 곪아온 ‘공관장운영 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해 11월 정태식(鄭泰植) 당시 주과테말라 대사의 금품 수수에 이어 불과 6개월만에 이창호(李彰浩) 주이스라엘 대사의 도박사건이 터졌다.정전 대사 사건때 외교부는 “자격미달 대사의 개인적 파렴치 행위”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전 공관에 상시 암행감사를 하겠다”며 부산을 떨다가 이번 사태를 맞았다.

이유는 간단하다.외교부가 본질은 외면하고 대증 치료에만 몰두한 까닭이다.일부 대사들의 불미한 사건들은 개인적 일탈 행위보다는 외교부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일부 해외공관장의 무원칙하고 자의적인 결정에 대한 제동 장치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독립왕국’으로 비유되는 재외공관에서 아랫사람들이 공관장들의 직무유기나 업무 태만을 대놓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이 해외 근무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잘못 찍히면’ 평생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간혹 인사상 불이익도 당한다.

‘한솥밥’을 먹는 처지에서 서로의 비행을 감싸주려는 한국인 특유의 ‘온정주의’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일 것이다.이런 분위기가 급기야 일부 대사들의 비행으로 확대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내부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 외국에선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와중에서 외교부 내에선 외교통상부장관의 ‘부총리 승격’ 움직임을노골화하고 있다.한 고위 당국자는 “재경·교육부 장관만 부총리가 될 것이 아니고 외교부 장관도 부총리가 돼야 외교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조직의 힘은 ‘감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탄탄한 내부조직과효율적인 운영체제에서 찾아야 한다.외교 수뇌부 역시 내부잡음이 불거지는상황에서 ‘밥그릇 챙기기’에만 신경쓴다는 괜한 의혹을 사지말고 ‘외교전사’들을 용장으로 키울 수 있는 자체 개혁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오일만 정치팀 기자 oilman@
2000-05-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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