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현대제재와 여론의 힘

[오늘의 눈] 현대제재와 여론의 힘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2000-03-30 00:00
수정 200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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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을 뛰어넘는 파행적인 인사를 되풀이 한 현대그룹에 대한 제재를 놓고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경제부처 좌장격인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은 지난 27일 “현대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주채권은행이 여신을회수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여신제재가 말처럼 쉬운 것도아니다.

주무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은 현재로서는 여신제재에 관해 고개를갸우뚱하고 있다.지난 98년 은행권이 공동으로 마련해 재벌그룹과 개별적으로 합의한 ‘재무구조개선에 관한 약정안’에는 최근의 현대사태와 같은 인사문제는 여신제재 대상으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약정상 여신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은 부채비율,자산매각,유상증자,계열사 정리,외국자본 유치,분사(分社),사외(社外)이사 선임 등에서 약속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다.다음달 본격 조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수 있지만 현대그룹은 이런 항목에 대해서는 약정사안을 지킨 것으로 금감위는 보고 있다 재무구조 약정을 다 지켰다고 해서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채권은행은 현대사태로 신인도가 떨어졌다고 보고 예정보다 앞서 여신을 회수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재벌의 그릇된 행태를 그대로 보인 현대그룹에 대해 정부나 대부분의 국민들이나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금감위원장 출신이라 현재의 규정상에는 여신제재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이 장관이 ‘여신회수 가능성’을 흘린 것도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90년대 초 당시 노태우(盧泰愚)정권은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정치입문을 계기로 현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재에 나섰다.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때의 규정 등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현대에 대한 자금압박도 했다.하지만 점점 민주화되면서 정부가 직접 ‘칼’을 쓸 수 있는 기회는 줄고 있는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보다는 국민과 소액주주,여론의 힘으로 현대 뿐 아니라재벌의 나쁜 행태에 매운 맛을 보이는 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일 수도 있다.

정치판 뿐 아니라 재벌들의 구태(舊態)를 바꾸는 것도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곽 태 헌 경제과
2000-03-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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