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여야 정책대결의 허실

[오늘의 눈] 여야 정책대결의 허실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2000-03-21 00:00
수정 200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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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처럼 정책대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선거는 없는 듯하다.

지역감정에 매몰된 선거판에 넌더리를 내고 금권·타락 선거에 절망하는 유권자일수록 선진 정치로 향하는 정책대결을 갈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여야가 쏟아내는 총선 공약은 한마디로 ‘묻지마 공약’이다.

현란하고 번지르르한 구호는 빠짐없이 등장하고 유권자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천문학적 숫자들이 공약집을 가득 메우고 있다.그렇다고 어떤 정당도공약에 대한 재원 마련이나 구체적인 실천방법에 대해선 진지한 설명이 없다.궁금증을 피력하면 “앞뒤 재고 어떻게 공약을 만드느냐”는 정당 정책위관계자들의 핀잔을 듣기 일쑤다.

이런 거품 섞인 선거공약을 토대로 여야의 정책대결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모래 위에 쌓아놓은 정책에서 어떻게 국가와 민족의 청사진을 도출하겠는가.

그래도 장밋빛 공약은 ‘애교’가 있는 편이다.논리적으로 완전히 모순된정책도 버젓이 등장한다.대표적인 것이 복지국가 달성과 재정적자 축소 공약이다.

여야 모두 “재정적자 축소 없이는 국가가 결딴난다”고 지적하지만 곧바로“중산층과 서민층이 맘놓고 살 수 있는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한다.막대한 재정투입이 불가피함에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몰상식’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다.

천편일률적인 공약경쟁도 정책대결을 가로막는 요인이다.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숨긴 채 소외계층·서민·중산층을 가리지 않고 모두다 내 표로 만들겠다는 ‘투망식 정치’가 주원인이다.일부 급조 정당은 부담없는 ‘베끼기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정치권 모두가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미래를 처방하기보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회성 선거용 공약에 길들여진 탓이다.

공약은 그 정당의 미래가 담긴 ‘얼굴’이다.연장선상에서 정책대결은 겉만번지르르한 ‘정치꾼’과 화려하지 않지만 진솔한 ‘살림꾼’을 구별하는 정치적 장치가 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구호로만 얻어지지 않는다.거품경제 속에서 결국 IMF를 초래했던 우리 경제나 허장성세의 공약과정책대결에 몰두하는 우리의 정치가 과연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오일만 정치팀 기자 oilman@
2000-03-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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