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치단체, 벤처펀드 손떼야

[사설] 자치단체, 벤처펀드 손떼야

입력 2000-03-06 00:00
수정 200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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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부산시 등 광역자치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창업투자조합’이라는형태의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행동이다.벤처펀드는 말 그대로 위험도가 높아 자칫 국민의 세금을 날릴 가능성이 큰 점에서 행정기관이 손댈 분야가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는 예산 50억원을 출연하고 민간창업투자회사와 기관투자가들을 끌어들여 오는 6월 총 125억원 규모의 ‘서울창업투자조합’을 만들 것으로 보도됐다.지방재정법상 자치단체의 조합 직접출자가 금지된 점에서 서울시는 산하 ‘서울산업진흥재단’출연을 통해 우회적으로 벤처펀드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부산시도 이미 10억원을 출자,총 6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4월중출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도 지난 1월 20억원을 출자한 데이어 제2의 벤처펀드 투자도 계획중이라고 한다.각 지자체가 벤처펀드에 직접 출자하는 규모는 전국적으로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지자체들은 투자 이유로 지역내 벤처·중소기업 육성과 이들의 자금난 해소를 들고 있지만 현실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2월말까지 벤처기업에 돈을 대겠다고 설립된 창업투자회사수는 100개를 돌파할 정도로 민간부문의 투자 의욕은 강하다.오히려 상당수의창투사들은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자금이 남아도는 상황이다.중소기업청은 미국의 창업투자회사가 500개 미만인 현실에 비춰 국내에서는 투자과잉기미까지 있다고 우려하는 실정이다.이런 마당에 지자체들까지 잇따라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금의 공급 과잉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부화뇌동형의 ‘전시행정’으로 비쳐질 공산도 있다.

더욱이 벤처기업들은 5%정도의 극소수만 살아남는,그야말로 투기적인 대상인 점에서 국민의 세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행정기관이 손대기에는 적절치 않다.벤처펀드에 투자해서 손해보면 어쩔 것인가.일부 관리들은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려 지방 살림을 살찌울 수 있다”고 반론을 펼지 모르지만지자체 살림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벤처캐피털회사식으로 운영하는 것은어떤 경우라도 용납되지 않으며 방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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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벤처펀드 투자가 금지된 법을 피해 우회적으로 투자하는 지자체의탈법행동은 비난받을 만하다.지자체들은 벤처펀드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에서손을 떼는 대신 부족한 정보통신 분야의 인력 양성과 활발한 투자 여건 조성 등 간접적인 지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또 이번 기회에 산업자원부나 중소기업청과 중복된 지자체들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00-03-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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