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단내린 권노갑 고문

[사설] 용단내린 권노갑 고문

입력 2000-02-11 00:00
수정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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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권의 실세중의 실세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권노갑(權魯甲) 민주당고문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서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권고문은 권력의 핵심부인 세칭 동교동계의 좌장인데다 최근의 정치역정을 고려할 때 총선 불출마를 예상키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의 이번 불출마 선언이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공히 하나의 용단이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범이라고 평가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불출마가 나라의 장래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권고문의 용퇴는 국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새 정치의 큰 틀을 확립하는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권고문의 자기 희생이 한사람의 퇴진에 그치지않고 정치권 전체에 경종이 되고 교훈이 됐으면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권고문의 불출마 선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먼저 그의 결단은여당의 16대 총선 구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그의 용퇴를 오동잎에 비유하는 시각이 있다.오동잎 떨어지는 걸 보면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듯 그의 퇴진은 한사람이 총선에 안나서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권의 물갈이 의지가 대단함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동교동계조차도 물갈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권고문의 용퇴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총선연대가 발표한 공천 부적격자 명단에 포함된 사실이라고 한다.총선연대의 명단에 이런저런 말이 없는것도 아니지만 세론(世論)을 겸허히 수용했다는 점에서 값진 선택이라고 평가한다.권고문이 총선연대의 명단을 토대로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이는 명단에 오른 다른 인사들에게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씩이나 거명됐으면서도 내가 뭐가 잘못됐느냐고 항변하는 사람이 없지않은 상황에서 권고문은 흔쾌히 물러서기로 한 것이다.

권고문의 결단이 권고문 한사람의 퇴진으로 끝나서는 의미를 반감하게 될것이다.앞서도 지적했지만 권고문의 용단이 민주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한나라당과 자민련에도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때 권고문의퇴진은 참뜻이 담기게 될 것이다.국민은 지금 정치권의 대변혁을 갈망하고있다.그런데 이런 대세를 각당이 외면하거나 구시대적 발상으로 대응하다가는 국민의 호된 채찍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권고문의 용단이 돋보이는 까닭이기도 하다.
2000-02-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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