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대우自 매각과 외자유치

[오늘의 눈] 대우自 매각과 외자유치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2000-01-22 00:00
수정 2000-01-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우자동차 매각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정부는 해외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재계,특히 이해당사자인 현대자동차는 ‘결사반대’쪽이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2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그는 “월드컵 축구를 보면 국내 리그에서 격렬하게 경쟁하는 나라가 성적이 좋다”고말했다.대우자동차를 국내 업체에 매각해야 할 실익이 별로 없다는 뜻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대자동차의 생각은 다르다.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회장은 지난 19일“국민들은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국가 기간산업이자 중화학산업의 발전 차원에서 보고 있다”며“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국민 감정과 여론에 호소하려는 작전인 것 같다.

여론의 힘을 빌려 대우자동차를 싼 가격에 인수하고 싶다는 게 현대자동차의 진심은 아닐까.그게 안된다면 현재대로 자동차 경영 노하우가 거의 없는산업은행이 계속 대우자동차를 끌고나가 현대자동차와는 경쟁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뜻은없는 것일까.

지난해 말 머리 좋기로 소문난 이계안(李啓安)현대자동차사장이 대우자동차 폴란드공장을 인수하겠다고 한 것은 폴란드공장이 탐이 나기도 하지만 실제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에 제동을 걸려는뜻이 담겼는지도 모른다.GM은 폴란드공장이 빠진다면 굳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해외매각에만 반대할 뿐 건전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않고 있다.산업은행이 계속 경영하거나 매각이 늦어지면 결국 부실만 늘어 국민의 부담만 쌓인다.여론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기 전에 그동안 거의 독점적 위치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도리는 아닐까.

지금은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내총생산(GDP)이 중요한 시대다.국내 업체가 영국이나 미국에 공장을 세워 그쪽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보다는 외국 업체가 국내에 공장을 세워 한국인을 고용하는 게 더 환영받아야 하는 시대다.또 품질과 가격 애프터서비스 등은 생각지도 않고 애국심에만 호소하면 들어먹히는 그런 시대도 더욱더 아니다.새 천년을 맞아 우리 자동차업체들이 발상과 인식을 과감히 바꿔보면 어떨까.

곽태헌 경제과학팀기자 tiger@
2000-01-22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