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신생대 3기말 수많은 용암분출로 이뤄진 화산섬으로 섬 전체가 화산의 보고(寶庫)로 일컬어질 정도로 각종 화산지형이 다채롭게 발달되어있다.처음 해저에서 화산폭발로 용암평원이 형성된뒤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백록담이 생기고 이어 소규모 화산작용으로 ‘오름’이라고 부르는 400여개의 기생화산이 생겨났다.화산암의 찌꺼기인 ‘송이’는 건물의 지붕을 덮는멋진 재료로 쓰인다.
이 섬 최남단에 위치한 송악산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보는 겹분화구이다.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 38권에 고려중엽인 1002년과 1007년 탐라국에 화산폭발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당시 두차례의 화산폭발로 인해 해발 135m의 송악산이 생성된 사실을 가르킨다.분화구안에 또 하나의 분화구를안고있는 특이 지형인데다 가장 최근에 형성된 까닭에 분화구지대가 이뤄지는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화산의 산 교과서’로 불린다.
겹분화구는 응회암층·사구층·화산암층·송이층 등 속살이 드러나 있어 생성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전시장 역할을 하는데다 최근엔 새발자국 화석까지 발견돼 고생물학 연구에도 중요한 장소로 부각 되고 있다.희귀한 형성과정에 걸맞게 신비스런 자태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희귀 암석이 많아 중국화산학자와 일본학자들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연구를 하는 등 세계적으로 화산지질학 연구대상의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송악산 겹분화구내 49만평에 리조트단지 개발 허가를 내줘 학계와 환경단체들이 사업승인 철회를 요구하는 운동에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개발계획에 따르면 제 1분화구 지대에 호텔과 콘도,식당,쇼핑센터,놀이시설 등이 들어서며 제 2분화구 위로는 곤돌라를 설치한다는 것이다.이럴 경우 분화구 정상의 암반을 잘라낼 수밖에 없어 겹분화구 원형이 크게 훼손될 것이 뻔하다.
그동안 절대보전지구로 보호되던 겹분화구에 지난 연말 갑자기 리조트단지가 허가난 것은 지역개발과 세수(稅收)증대라는 눈앞의 물질적 유혹때문이다.개발할 경우 도재정에 큰 도움이 되고 4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가 앞선 결과이다.관광시설을 확대하고 수익을 늘려 지역발전을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필이면 학술적 가치가 높은 분화구안에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는 재고 할 문제다.
제주도는 하늘이 한민족에게 내려주신 축복이다.완만한 한라산 산록의 순상화산체가 갖는 수려한 경관과 해양성기후로 인한 생태계는 이국적 분위기로찾는 이를 매료시킨다.자연유산은 우리의 후손과 공유해야 할 하늘의 선물로 어떠한 명분으로도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이기백 논설위원
이 섬 최남단에 위치한 송악산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보는 겹분화구이다.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 38권에 고려중엽인 1002년과 1007년 탐라국에 화산폭발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당시 두차례의 화산폭발로 인해 해발 135m의 송악산이 생성된 사실을 가르킨다.분화구안에 또 하나의 분화구를안고있는 특이 지형인데다 가장 최근에 형성된 까닭에 분화구지대가 이뤄지는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화산의 산 교과서’로 불린다.
겹분화구는 응회암층·사구층·화산암층·송이층 등 속살이 드러나 있어 생성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전시장 역할을 하는데다 최근엔 새발자국 화석까지 발견돼 고생물학 연구에도 중요한 장소로 부각 되고 있다.희귀한 형성과정에 걸맞게 신비스런 자태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희귀 암석이 많아 중국화산학자와 일본학자들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연구를 하는 등 세계적으로 화산지질학 연구대상의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송악산 겹분화구내 49만평에 리조트단지 개발 허가를 내줘 학계와 환경단체들이 사업승인 철회를 요구하는 운동에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개발계획에 따르면 제 1분화구 지대에 호텔과 콘도,식당,쇼핑센터,놀이시설 등이 들어서며 제 2분화구 위로는 곤돌라를 설치한다는 것이다.이럴 경우 분화구 정상의 암반을 잘라낼 수밖에 없어 겹분화구 원형이 크게 훼손될 것이 뻔하다.
그동안 절대보전지구로 보호되던 겹분화구에 지난 연말 갑자기 리조트단지가 허가난 것은 지역개발과 세수(稅收)증대라는 눈앞의 물질적 유혹때문이다.개발할 경우 도재정에 큰 도움이 되고 4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가 앞선 결과이다.관광시설을 확대하고 수익을 늘려 지역발전을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필이면 학술적 가치가 높은 분화구안에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는 재고 할 문제다.
제주도는 하늘이 한민족에게 내려주신 축복이다.완만한 한라산 산록의 순상화산체가 갖는 수려한 경관과 해양성기후로 인한 생태계는 이국적 분위기로찾는 이를 매료시킨다.자연유산은 우리의 후손과 공유해야 할 하늘의 선물로 어떠한 명분으로도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이기백 논설위원
2000-01-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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