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개방적 ‘네트워크 사회’로

[굄돌] 개방적 ‘네트워크 사회’로

유성호 기자 기자
입력 2000-01-15 00:00
수정 2000-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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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이것만은 버리고 가자”며 공감했던 지난 세기의 쓰레기들은 소모적인 정쟁,해묵은 지역감정,천민적 소비행태,전근대적인 연줄 등이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를 합리적인 의사소통 체계로 만들기보다는,가장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몰아가는 괴물의 얼굴을 가진 몹쓸 것이었다.나아가 이것들은 사람들 사이에 서로를 향한 끝없는 적의(敵意)와 냉소를 가져다주는 균열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국민들 대부분은 이것들은 쓰레기처럼 새로운 세기에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떨쳐버려야 할 것은 온갖 그물망으로 뒤얽혀 있는 유형,무형의 ‘연줄’들이다.

사실 근원적인 의미에서 ‘연줄’은 인간과 인간을 묶고 있는 모든 관계의총화이다.따라서 이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 비추어볼 때,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요소이다.이때 이것의 순기능은 체험이 유사한 사람들에게 일정한 귀속감과 집체성을 부여하는 데 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한 사회의 핵심적 병폐로 바뀌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이다.

그 집체성이 강력한 결집력과 배타적 특권을 띰으로써 폭력적 구조를 빚게되는 데서 병폐는 시작된다.

그럴 경우,정보사회의 소통체계를 은유하는 ‘네트워크(network)’가 호혜적이고 개방적인 데 비추어,‘연줄’은 폐쇄성과 이익 지향성을 동시에 띠게된다.우리 사회는,평소에 개혁적인 사람들조차 혈연,학연,지연이 구축해놓은 이러한 연줄의 그물망에 자신이 놓여 있다는 의식조차 약한 것이 가장 큰문제이다.

누구나 동의하듯이,전근대적인 ‘연줄’을 넘어서는 ‘공적 이성(social rationality)’만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의식이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거기에는 개인적으로 불편함과 함께 일시적인 손실(비용)이 따를 것이다.그러나 그것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진짜 개혁을 말할 수 있다.따라서 자신은 예외로 하고 다른 부문에서의 개혁만을 외치는 이들은 모두 가짜다.자신의 모순조차 들여다볼 줄 모르는 눈 먼 영혼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서남대 국문과 교수
2000-01-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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